Monday, December 5, 2011

Kim, Sung ho




모성적 사랑의 불빛


김성호는 따스한 불빛의 화가다. 그의 그림 어디에든 밝고 환한 불빛이 존재한다. 그의 불빛은 어둡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슴을 어머니처럼 환하고 따스하게 밝혀준다. 김성호는 캄캄한 어둠의 화가다. 별이 빛나기 위해서는 어둠이 있어야 하듯이 불빛이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의 어둠은 어둠의 가슴이 품고 있는 불빛을 드러내기 위한 어둠이다. 따라서 그는 어둠을 밝히는 빛의 화가다.

서울 강변북로를 그린 그의 그림을 처음 보면서 내 마음이 가닿은 곳은 푸른 어둠속에 명멸하는 맑은 가로등 불빛이다. 마치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옮겨놓은 듯한 불빛을 바라보면서 ‘인간이 만든 별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서울의 밤이 그토록 따스하고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오로지 그의 불빛 때문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홍보석같이 찬란한 서울의 불빛, 저 홀로 잠들지 못하고 서울을 밝히는 서울역의 불빛, 한강대교를 거침없이 달리는 자동차의 황색 불빛, 강물에 내비친 아파트의 단란한 불빛, 밤의 강변에 떠 있는 배들의 흔들리는 불빛, 비오는 밤에 어리는 주유소의 흐린 불빛 등 그가 그린 불빛들은 죽은 도시에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고 서정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의 불빛은 마치 서울의 초고층 빌딩과 빌딩 사이로 홀연히 떠오른 초승달과 같다. 나는 늘 서울이라는 도시에는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는 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서울에는 늘 불안과 이기와 소외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왔으나 그의 불빛은 나의 그러한 생각을 대번에 바꿔주었다. 서울에도 서정적 영혼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 아름다움이 바로 내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만일 그의 불빛이 화려한 물질의 불빛이었다면, 자본의 웃음소리가 터지는 권력의 불빛이었다면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불빛은 어두운 우리 삶의 터전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의 불빛의 시선은 바로 우리 삶의 바닥에 가닿아 있으며, 그 바닥에 깔린 서민적 외로움과 쓸쓸함에 가닿아 있다. 강변의 포장마차에서 내비치는 고독한 불빛, 24시 편의점에서 내비치는 고단한 불빛들이 바로 그러하다. 심지어 그는 허름한 간이식당 안에 환하게 켜진 불빛을 그리다 못해, 간이탁자 옆에 버려진 쓰레기더미 위에도 불빛을 던져주었다. 나는 환하게 빛을 받고 있는 쓰레기더미를 보자 가슴이 뭉클했다. 누가 더러운 쓰레기더미에까지, 이미 경계에서 밀려난 노숙자와 같은 인생에까지 노란 찰조같이 따스한 불빛을 비춰주겠는가.

그는 가난의 불빛에서 기쁨을 찾는 화가다. 그는 가난한 불빛을 통해 우리를 위안해주는 위안의 화가다. 캄캄한 밤의 도시를 달리는 시내버스의 약간 기우뚱한 뒷모습을 보라. 그리고 그 뒷모습에서 배시시 배어나오는 따스한 불빛을 보라. 그 불빛은 가난의 불빛임에도 가난이 느껴지지 않고, 외로움의 불빛이면서도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고, 쓸쓸함의 불빛이면서도 쓸쓸함을 느끼게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감싸 안으면서 삶에 대한 감사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 비오는 날 밤, 후미등을 밝히고 달리는 시내버스의 뒷모습에서 나는 내 가족과 같은 인간의 냄새를 맡는다. ‘아, 내가 저 시내버스처럼 외로운 존재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 외로움을 위안 받는다. 시내버스의 뒷모습이야말로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들 삶의 피곤한 뒷모습이 아닌가.

그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동차가 달려가고 난 뒤에 남은 속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이미 고속도로를 달려간 자동차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라진 속도의 흔적만 정지된 불빛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사는 것만이 오로지 미덕인 우리들에게 그 속도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그는 왜 이렇게 사물과 현상의 불빛을 그리는 것일까. 그의 어둠은 새벽의 어둠이며, 그의 불빛은 새벽의 불빛이다. 그는 이 새벽을 통하여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그가 불빛을 통하여 결국 길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의 그림에는 단순히 불빛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불빛이 형성하고 있는 길이 존재한다. 나는 이 점이 그의 그림의 본질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길은 새벽길이다. 그는 새벽길을 나타내기 위하여 새벽의 어둠속에 명멸하는 불빛을 드러낸다. 그 어떠한 고통의 인생도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새벽길을 통하여 고요히 말하고 있다.

문득 ‘색채는 빛의 고통’이라는 괴테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그림이라는 색채를 통하여 빛의 고통을 드러내고 동시에 치유한다. 우리 모두 인간이라는 하나의 색채다. 그는 우리가 하나하나의 색채가 되기까지 참고 견뎌온 빛의 고통을 어루만져준다.

어쩌면 그는 빛의 순례자인지도 모른다. 그는 빛을 찾아 어디든 떠난다. 그는 도시의 불빛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바다로 나가 등대와 어선의 불빛도 보여준다. 망망한 감청색 밤바다 위에 불을 밝히고 떠 있는 작은 어선 두 척을 그린 그림 앞에서 나는 잠시 망연해졌다. 그 어선이 밤바다 위에 짧게 떨어뜨린 새하얀 불빛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 어선이 마치 나의 전생애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깊고 따스한 어머니 품속에 안긴 듯했다.

그가 불빛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언제나 위안과 희망이다. 그의 불빛에는 모성이 있다. 그의 불빛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불안한 삶을 사는 우리들을 위한 모성적 사랑의 불빛이다. 도시에서는 도시의 길을, 바다에서는 바다의 길을, 인간에게서는 인간의 길을 만들기 위하여 그는 어둠의 붓을 들고 맑고 따스한 불빛을 그린다. 그에게 이미 빛과 어둠은 하나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하나이듯이 그는 이미 빛의 화가이자 어둠의 화가다.

정호승/시인

Ray of Mother’s Love Sung Ho Kim is an artist of warm sunlight. Bright and brilliant ray of light always shimmers in his work. His light brightens our dull and gloomy world like mother’s love. Sung Ho Kim is also an artist of darkness. Like starlight twinkles because of darkness, there has to be darkness to reflect his light. But his darkness exists to draw light. Thus, he is an artist who puts light into darkness. When I first saw his work of Seoul’s River Parkway, my eyes were focused on his streetlights. The streetlights were like stars on a night sky, and I was so surprised that man-made stars could be as beautiful as this one. It was only his light that made cruel and harsh Seoul nightlife seem warm and comfortable. His depiction of ruby light of Seoul seen above from an airplane, light from sleepless Seoul Train Station, light from cars at Han River, river light reflecting homey apartments, boat-light flickering from the river, gas station light at rainy days – all blew passion to this dreadful city. His light is like moonlight hung over Seoul’s skyscrapers. I always thought that there was no passion in this city to save us. I always thought that there was only anxiety, selfishness and neglect in this city. But his artwork changed my belief in a second. There was artistry of passion in Seoul, and his works made me realized that beauty of Seoul was the beauty of my life. This would not have happened if his light depicted materialism or capitalism. His light comes from our pitch-dark life struggle. His light portrays our hard living and sketches loneliness and solitude of the working class people. His paintings of lonely light shining from outdoor pubs and 24-hour convenient stores are fine examples. He even depicts garbage dumped away on the streets. I was touched by his picture displaying lights on rubbish. Who would shed warm light on old junk, reminiscent of homeless people who are long forgotten from our minds? He is an artist who finds happiness in the light of the poor. He is a comforting artist, who supports us with bitter light. Look at the late-night bus driving through the dark street. And look at the warm light flowing from its rear. It is bitter light, but you cannot feel the poverty, it is lonely light but you cannot feel the loneliness, it is solitary light but you cannot feel the solitude. On the other hand, the light covers everything and makes you be thankful of life and beauty. Yes. I could feel humanity from the rear light flowing from the bus. I feel comfort as I think of myself as the late-night bus. The bus reminds all of us, tired and lonely after long hours of work. If you look closely at his picture, you can feel the aftermath of many cars speeding through the highway. You can no longer see the speeding cars, but only the resting light reflects the speed. This makes us realize how much the fast speeding life style we all admire is all too vain. Why does he portray light from materials and phenomenon? His darkness is darkness of dawn, and his light is light of dawn. What does he want to say by speaking of the dawn? I think that he portrays “roads” from light. In his picture, there is something more than just light. A road is made from the light. I think that point is the essence of his artworks. His roads are roads at dawn. He depicts glimmering light of dawn in order to show the roads at dawn. He is trying to say from portraying the roads at dawn that you can start fresh even at the lowest point in life. All of the sudden, I remember the famous quote from Goethe, “Color is the pain of light.” He depicts the pain of light through his pictures and at the same time cures our pain. We, humans, are all one distinctive color. He touches all our pain of light that we have endured to become an individual color. Maybe he is a traveler of light. He goes anywhere if there is light. He doesn’t stop at city light. He goes to sea and shows light from lighthouses and fishing boats. I was lost of words when I saw his picture of two small fisher boats floating on the night sea. When I saw the shining light from the fishing boats drifting at night, the boat seemed like my whole life. And the boat seemed to be nestling in its mother’s arms. He always tries to show comfort and hope from light. There is mother’s love in his light. In one word, his light is ray of mother’s love in the midst of uncertain life. He is holding the brush of darkness and depicts warm light to show the roads of the city in cities, the road of the sea at the seas and the road of the human among humans. To him, darkness and light are one. As life and death is one to us, he is the artist of darkness and the artist of light.

By Ho Seung Chung (Poet)



김 성 호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졸업

개인초대전 26회

제주현대미술관(제주), 선갤러리(서울), 갤러리 원(서울)

박영덕화랑(서울), 동원화랑(대구)등


아트페어 25회

KIAF 국제아트페어(선갤러리, 갤러리원, COAX ), 싱가폴아트페어(갤러리원, 싱가폴)

북경아트페어(선화랑, 베이징)등


기타 기획 초대전

물아와심수전(가나아트센터), 물보다깊은물전, 이미지의복화술전(인터알리아갤러리)

자연의신화제주전(제주현대미술관), 사랑이 머무는섬_지심도전(거제문화예술회관)

통영꿈엔들잊으리야!(국립현대미술관,찿아가는미술관, 통영), 청마유치환의 문학, 그림으로 담다(거제문화예술회관기획), 신화를 삼킨섬-제주풍광전(제주현대미술관)

그림으로 만나는 그림같은 거제도전(거제문화예술회관), 천년의 황금도시 경주전(경주국립 박물관,북촌미술관), 동방의 신비-앙코르왓전(거제문화예술회관기획), 가고픈 경기비경전 (경기박물관, 제비울 미술관), 밤의 풍경전(안산,대구, 문화예술회관), 진경-그 새로운

제안전(국립현대미술관), 등 300여회 출품

작품소장

제주현대미술관, 한국콜마, 광주,전남지방합동청사, 미술은행, 해태,크라운제과

평택시청,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롯데마그넷, 대검찰청, 대구검찰청, 서산검찰청

대구백화점, MBC대구방송국,TBC대구방송국, 대구은행, 현대중공업, 남광토건

한국ABM건설등

작품협찬

쩨쩨한로맨스(영화), 나쁜남자(SBS드라마), 식객(SBS드라마)

인순이는 예뻤다(KBS드라마)등

캘린더 제작

우리은행, 대구은행, 동아백화점, 한국ABM건설, 아라기술등....

레지던시

가나장흥아뜰리에(장흥,2010~), 제주현대미술관(제주,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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