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22, 2012

Hong Soon-hwan’s -Communication as Horizontal Relationship-

홍순환의 <중력의 구조>
-수평적 관계로서의 소통-


  신라갤러리 초대전인 <중력의 구조>는 문화 역사적 관계 속에 놓인 ‘나’혹은 ‘너’의 삶에 대한 작가적 시선이다. 그 시선은 개별적인 삶이 주는 흔적을 통해 실존을 유추해 가는 나와 너의 경계, 그 경계를 가로지르는 소통과 만남에 대한 홍순환의 해석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한 사회적 관계를 타인의 삶을 통해 반추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그의 설치는 오브제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물성이나 용도 혹은 형상의 차이가 묵묵하게 서로를 마주보고 있지만, 그 설정은 역학적 관계(Dynamical relation)이다. 이러한 역학관계로 설정된 오브제와 오브제 간의 틈과 결 그리고 무게와 부피는 바로 ‘나’ 혹은 ‘너’로 환원되는 관계의 조건, 관계 항들이 갖는 사회적 조건의 경계로 작용한다. 그리고 ‘나’ 혹은 ‘너’인 ‘우리’의 관계는 삶이 놓인 장소(site), 즉 <중력의 구조>가 작용하는 하나의 판(situation, state)위에 놓여 있다. 

  지난번 아트스페이스 펄의 개인전에서 보여주었던 <중력의 힘>은 질량을 가진 물체들 간의 관계가 갖는 사고의 편향성 혹은 사회적 상황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이 갖는 부조리에 관한 것이었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배치로 작용과 반작용의 관계를 보여주었던 <중력의 힘>이 통념을 성찰하는 시도였다면, <중력의 구조>는 보다 체계를 가진 사회적 관계의 구조를 사유한다. 어떤 점에서는 낯선 물체의 결합이라는 이중의 구조를 통해 그 틈새에서 익숙한 것의 차이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는 <중력의 힘>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력의 구조>는 <중력의 힘>에서 보여주었던 물체 간에 작용하는 힘의 원리 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문화적 문맥에서 발생하는 역학관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 너 혹은 우리로 읽혀지는 장소와 장소 간의 맥락적인 구조를 전제한다. 이처럼 <중력의 구조>는 격자로 짜 맞추어진 매우 견고하게 구조화된 현대 도시풍경, 격자(grid)로 이루어진 하얀 타일 위에는 투명한 유리구슬과도 같은 크고 작은 구들이 놓인 장소가 되고 있다. 일견 바둑판이나 체스판과도 같은 거대한 판은 우리가 놓인 장소 혹은 구조적 틀을 지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위에 놓여 있는 둥근 구체는 바로 바둑이나 체스판 위에 놓인 게임을 위한 돌이나 말일 것이다. 홍순환은 그 돌이나 말의 위치에 놓인 것을 투명하고 둥근 구체를 통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으로 설정한다.

  이를테면 전시 공간 전체를 장악한 판은 공간을 가로지르며 지지대를 갖지 못한 채 공간 에 부유하듯 바닥에서 위로 띄워 진 채 놓여있다. 이 판은 존재의 장소 혹은 지지대(공중에 부유하듯 불안정한 상태이지만)로 그 위에는 둥글고 투명한 공이 여기 저기 판위에 놓여있다. 투명한 공의 형상이 갖는 의미는 판과 함께 이번전시의 가장 핵심적인 오브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투명한 구체 너머 전시장 벽면에 걸린 사진은 역사의 한 순간에 존재했다가 사라져간 혹은 사라져갈 삶의 일상에 대한 한 순간의 정지된 이미지, 그러나 열린 시간의 문으로 작용하는 사진오브제이다. 사진 오브제가 열린 문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과 저곳과 이곳이라는 공간적인 관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순환의 <중력의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기준으로 언어구조의 체계와 구조주의 사회학의 맥락에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언어구조의 체계로 보면,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대화(parole)는 사회적 규칙(langue)에 준해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너와 나의 소통은 언어적 구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언어 구조의 이분법이 갖는 사회적 체계가 공유하는 규칙과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현상을 갖는 대화는 소통의 도구로서 나와 너 사이에 맺어진 약속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규칙이 어떠한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사물의 기본개념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언어의 본질적인 모습이라면, 대화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는 구체적인 언어를 말한다. 이 같은 언어소통구조는 기표/기의, 통시성/공시성, 계열체/복합체 라는 이중의 체계들이 갖는 관계설정에서처럼, 이번 홍순환의 <중력의 구조>에 설정된 모티프들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분법적 모티프로 설정된 <중력의 구조>가 제시하는 작가적 시선은 구조주의사회학의 맥락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주의사회학에 대응하는 구조주의사회학은 삶은 주어진 구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서 사고와 행위 역시도 구조의 법칙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주의 사회학적 관점 중에서 오랜 기간 반복적 행위와 관습화된 구조가 인간의 행위에 외적 강제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이는 언어와 사고체계 그리고 습관 등을 통해 문화적 현상의 맥락을 밝히려는 사회인류학적 관점이기도 하다. 사회질서의 변화가 개별 인간의 주관적이고 능동적 추진력에 의해서가아니라 구조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보는 시각은 확실히 홍순환의 <중력의 구조>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렇게 볼 때, <중력의 구조>는 사회집단에 따라 사고체계나 언어와 관습 등의 의식이 다양하게 발현되지만, 사실상 이러한 경험적 실체의 배후에 놓인 구조에 의하여 지배받고 있는 것에 대한 역학적 관계의 설정은 동시대를 보는 작가적 시론일 것이다.

  홍순환은 독일의 벼룩시장 한 구석에서 무명의 사진가가 세심하게 기록해 놓은 100여 장의 슬라이드 사진을 발견한다. 그 사진에 담긴 삶의 기록은 그 어딘가에 있지만 단절된 타인의 삶에서 나 혹은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 하나의 고리일 것이다. 이러한 삶의 연결고리에 대한 발견은 작가에게 있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관계로 닫힌 문을 열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중력의 구조>는 지금 ‘여기’에 있는 나의 삶과 과거의 ‘저곳’에 있던 타인의 삶이 연결되면서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반인과적 관계에서 인과적인 관계의 형성이 가능해 진다. 그 의미는 반인과적 관계를 통해 불완전한 사회적 구조나 텅 빈 허상 속에 들어 있는 타인의 삶이 바로 현재의 우리 혹은 나의 삶을 반추하는 현실에 대한 구조적인 사유방식을 끌어내는 것에 있다.

  홍순환의 공간에 대한 해석은 확실히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진 오브제, 그러나 중력에 지배되는 오브제인 설치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격을 <중력의 힘>으로 보여주었고, 이러한 시도 이전에 생성과 소멸이라는 순환의 체계로 접근했던 진화랑의 <중력의 구조>에 대한 전시 이후 신라갤러리에서 시도한 <중력의 구조>는 견고해 보이지만 불안정한 상태의 구조적인 틀에 놓인 나와 너 혹은 우리의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소통되는 사유의 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중력’이라는 주제로 일관하고 있는 홍순환의 일련의 작업들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중력이 작용하는 힘과 구조에 대한 사유가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지점을 간파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와 너 혹은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발견하고 있는 중력의 힘과 구조에 작용하는 원리가 수평적 관계인식으로 소통되길 바래본다.

(김옥렬/현대미술연구소&아트스페이스펄)




▲2012. 갤러리신라 전시장면




▲조명




Hong Soon-hwan’s
-Communication as Horizontal Relationship-


  Invitation exhibition of Shilla Gallery features the artist’s eyes for ‘me’ or ‘you’ placed in the relationship of the culture history. Hong Soon-hwan analogizes, from the existential relationships steeped in individuals’ traces of lie, a boundary between ‘me’ and ‘you,’ while interpreting communications and encounters   both crossing the boundary. His analogy or interpretation start with the reflection through others’ life on the social relationships he has experienced. Hence, his installations are set as some dynamical relations, although properties, uses or forms differ in terms of the relationships among objects. Crevices and textures among objects set in such dynamical relationships as well as weights and volumes of the objects act as the boundary among the social conditions defining the relational conditions or the referents reduced to ‘me’ or ‘you.’ In addition, ‘our’ relationship, namely ‘me’ or ‘you’ is placed at the site of our life, namely on a situation or state subject to ‘the structure of gravity.’
  His solo exhibition held at Artspace Purl last time was about the irregularities of actions and reactions with regard to the biased thoughts or social situations in the relationships among the masses. By laying out the things familiar and unfamiliar, he attempted to show the relationships between actions and reactions in order to help us meditate on the concept . At this exhibition , however, he meditates on the structure of the more systematic social relationships. In a sense, this exhibition seems to be similar to his last exhibition in that the differences among some familiar things are highlighted in the crevices of the dual structure or the combined unfamiliar objects.
  Nevertheless, as suggests the dynamical relation occurring in our socio-cultural context rather than the principle of power acting among objects featured in , it assumes a contextual structure among the places read as ‘me’ or ‘you.’ As such, becomes a place showing a very solidly structured contemporary cityscape like the well-woven grids or large and small cubes like transparent glass beams set on the white grid tiles. At a glance, the huge plate like a ‘go’ or chess board seems to dictate our place or structural frame. Then, the round cubes thereupon may be comparable to the ‘go’ stones or ‘chessmen.’ Hong Soon-hwan sets the positions of such stones or chessmen as transparent see-through round cubes.
  For example, the plate occupying the entire exhibition space crosses the space as if it were floating with no support; it is suspended over the floor. Transparent round balls are placed here and there on the place signifying a place of existence or a support (thought it looks unstable being floated in the air). The transparent balls may be the core objects for this exhibition together with the plate. On the other hand, the photo hung on the wall beyond the transparent cubes is a still image of a moment in the ordinary life ? that once existed at a moment of history and then disappeared. Anyway, the photo is an object acting as a door of the open time. The reason why it acts as an open door is because it functions as a ring connecting the spatial relations ? here and there ? with the past and present times.
 Hong Soon-hwan’s can be explained as follows in terms of its linguistic structure or system or its structuralism sociology. First, in terms of its linguistic structure or system, just as the parole in the ordinary life occurs according to a social langue, so the communication between ‘me’ and ‘you’ occurs according to the linguistic structure. The reason is that the rules shared by the social system underlying the dichotomy of the linguistic structure are a set of the conventions made as communication tools  between ‘me’ and ‘you’ like the dialogue both individual and specific. In other words, if the rules represent the essence of language explaining about the basic concept of the objects invariable in any situation, the dialogue is expressed specifically in various ways depending on the situations. Such linguistic communication structure connotes signifer/signified, synchronicity/diachronicity, series/complex, etc., which are the motifs set in Hong Soon-hwan’s .
  The artist’s eyes suggested by as the dichotomic motive may well be explained more specifically in the context of the structuralism sociology. The structuralism sociology in contrast with the humanism sociology assumes that since human life is already structured socially, our thoughts and behaviors cannot but be subject to the rules of the structure. From such perspective, the structure settled over a long period of time can influence our external behaviors. In this socio-anthropological context, our language, thinking system and habits are interpreted to determine the contexts of a cultural phenomenon. The view that the social order is changed not by individuals’ subjective and active power but by the structure is apparently applied to Hong Soon-hwan’s . In this sense, reveals the artist’s view that although thinking system, language and custom may differ depending on the social groups but that they are indeed ruled by the structure underlying such experiential identities.
  Hong Soon-hwan happened to find at a flea market in Germany a hundred and some slide photos that were carefully recorded by an unknown photo artist. The records of life therein may be a set of rings linking others’ life with ours, although disconnected. Such discovery of the rings of life suggests an important clue to opening the closed door to a relationship transcending time and space. So, enables us to form a caustic relationship from the non-caustic ones moving ‘here’ to ‘there,’ because my life ‘here’ can be linked to other’s life ‘there.’ His intention is to reveal some structural way of thinking about the reality by determining others’ life within the imperfect social structure or the void virtual images.
  Hong Soon-hwan’s interpretation of the space has shown by means of the power of gravity the crevices among the objects or installations having different masses but being ruled by gravity Before at his Gallery Jean exhibition , he referred to the cyclic system or the system of generation and extinction. In contrast, at this Shilla Gallery exhibition , he features as the horizontal relationship of meditation the relationship between ‘me’ and ‘you’ which is set in a seemingly solid but unstable frame of structure.
 What we find in a series of Hong Soon-hwan’s works consistent in view of their theme ‘gravity’ is a point of communication in our mediation on power and structure of gravity and our social relationships. It is wished that the principle acting on power and structure discovered in the relationship between ‘me’ and ‘you’ or us would be recognized as the principle of the horizontal relationship.

(Kim Ok-ryeol/ Hyundai Art Institute & Artspace Purl)



▲수류탄 부분
▲자 중앙


▲페인팅




홍 순 환 / HONG SUN-HOAN

1991.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2000. 뒤셀도르프 미술대 조형예술학 석사과정 졸업
(1997.마이스터쉴러, 2000.아카데미브리프)

개인전(selected)
1994. 갤러리 도올 - 정신을 위한 감자. 서울, 한국
1996. Kleine Rathaus Galerie Odenthal - Die Anwesenheit(현존). Odenthal, 독일
1998. 예술의전당미술관. 서울, 한국
1998. Kleine Rathaus-Galerie Odenthal - Die Identitaet(정체성). Odenthal, 독일
1998. Galerie Bloemkes & Poette. Wuppertal, 독일
2000. 관훈갤러리. 서울, 한국
2002. 문예진흥원마로니에미술관. 서울, 한국
2003. 갤러리아츠윌 - declaration of love. 서울, 한국
2003.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 한국
2003. Stellwerk im kulturBahnhof Kassel - The centrifugal force(원심력). Kassel, 독일
2005. 관훈갤러리 - 역설과 현장,무엇과 어떻게에 관한 배치적 질문들. 서울, 한국
2007. Gallery Laden44. Dueseldorf, 독일
2008. 갤러리쿤스트독. 서울, 한국
2010. 진화랑. 서울, 한국
2011. artspace purl. 대구, 한국
2011. 갤러리쿤스트독. 서울, 한국
2012. 갤러리신라. 대구, 한국

EDUCATION
1991 Bachelor's Degree in Painting, Chung-AngUniversity
2000 M.F.A Graduated from Kunstakademie Duesseldorf
(1997 Meisterschueler 2000 Akademiebrief by Prof. Beate Schiff, Prof. Siegfried Anzinger)

E X H I B I T I O N S (solo-selected)
2012 Gallery Shilla, Daegu Korea
2011 Gallery Kunstdoc, seoul Korea
2011 Artspace Purl, Daegu Korea
2010 Gallery Jean+Jean Art Center, Seoul. Korea
2008 Gallery Kunstdoc, Seoul Korea
2007 Gallery Laden 44, Duesseldorf Germany
2004 Gallery Dukwon, Seoul Korea
2003 Gallery artsWILL, Seoul Korea
2003 Stellwerk im Kulturbahnhof, Kassel Germany
2002 Marronnier Art Center, The Korean Culture & Arts Foundation, Seoul Korea
2000 Gallery Kwanhoon , Seoul. Korea
1998 Gallery Bloemkes & Poette, Wuppertal Germany
1998 Gallery Kleinerathaus, Odental Germany
1998 Seoul Art Center, Seoul Korea
1996 Gallery ,Kleinerathaus, Odental Germany


편집부 cultureoce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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