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5, 2011

Cho, Choon ja

▲여인_ 한지에 채색, 130x90cm, 2010




조춘자가 참여한 전시회의 도록들 중 2003년 이전에 발간 된 것들은 그의 재료를 수간채색(水干彩色)으로 밝힌다. 수간채색은 전통 채색화의 주요 매체 중 하나이다. 이 용어는 야후(kr.yahoo.com)나 파란(www.paran.com)과 같은 포털사이트들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검색이 제한된다. 30여 년간 인물 채색화를 통해 스스로 미술가임을 확인해온 그의 매체가 느닷없이 21세기 개명천지에 검열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있다.

조춘자가 제작하는 여인상들 상당수는 노출로 표현된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벗은 여인들은 엷은 베일을 걸친 채 몸의 중요부분을 넉넉히 암시한다. 한결같이 그들은 윤기 있고 생기 있는 몸을 가볍게 비틀어 여성만의 특성을 드러낸다. 이는 몸에 대한 관능적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법하다. 그럼에도 그의 인물은 전적으로 관능적 시각에 호소하지 않는다. 또한 그와 같은 법률의 오해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간채색을 발전시키는 그만의 시도로 채색화의 가능성을 확대해왔다. 나는 시류의 다양한 변화와 그것에 대응하는 여러 시도들 속에 면면히 유지되어온 그의 일관된 회화적 근원(pictorial source)에 주목한다.



인물화의 탄생조춘자는 1970년대 중후반에서 1980년대 초에 걸쳐 전문 미술가로 훈련을 받았다. 이 시기는 서로 다른 성격의 대립이 미술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미술대학에도 팽배했다. 당시는 동양화와 서양화, 수묵화와 채색화 그리고 내용과 형식, 이와 같은 이원론적 대립이 미술학도들을 둘러쌌다. 특히 전통회화를 공부한 젊은 미술가들은 유화 중심의 서양화의 기세로 여태껏 몸에 익힌 방식과 신념에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그의 동료들 중 일부는 수묵으로 형태를 파괴하거나 변형하는 길을 택했고 또 다른 이들은 아예 농묵으로 도시와 같은 현대의 환경을 재현했다.

조춘자는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전통 재료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택했다. 당시 그는 “거장의 그림은 무엇이 다를까”라는 화두와 “서양화와 같이 걸렸을 때 그것을 능가하고 싶다”라는 충동으로 관찰과 실험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이후 그의 예술적 전개를 지탱하게 한 태도와 회화적 전략(pictorial strategy)을 결정한 것으로 비친다. 조춘자는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당당하고 독창적인 회화에 도달하는 것”에 두고 그 질문에 반응하고 그 열망을 실천했다. 그의 인물화는 그와 같은 결심으로 분투하던 1980년에 시작되었다. 그의 인물은 처음에 영모화(翎毛: 새와 짐승)나 화초와 같은 현실의 여러 대상들에 대한 탐구들 중 한 소재로 채택되었다. 그는 몇몇 공모전의 수상으로 자신의 실험을 확인했고 이를 1986년 첫 개인전을 통해 종합했다.



조춘자는 인물의 주변을 구성하는 대상들이 구태의연한 설정과 설명으로 자칫 그것의 중요한 시각적 속성을 가리는 것을 발견하고 이들을 점차 희생시켰다. 그 결과 여인만으로도 화면 전체의 드넓은 면적이 발산하는 시각적 긴장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의 회화에서 여인의 몸과 배경 사이를 결정하는 윤곽선은 아찔하게 화면을 가른다. 한편 이목구비와 같은 세부의 사정(detail episode)들은 몇 가닥만으로 충분한 듯 절제된 선들로 표현된다. 윤곽의 긴 선이 천연덕스레 인물 내부로 가지 치며 흘러들어 여인의 자태와 모습을 결정한다. 묘사의 구차함을 희생했음에도 그의 선들은 결코 재현된 대상의 특징을 놓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전체와 세부간의, 그와 같은 유기적 결합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의 화면에서 고른 호흡으로 유지되는 선들의 지속과 단순한 묘사는 회화의 표면이 평평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시킨다. 요란한 깊이와 과격한 환영은 표면의 막을 넘어서는 판독을 야기할 것이다. 맑은 유리창은 방 안의 환경에는 아랑곳없이 그 너머의 풍경을 선명하게 판독하게 하지만 그 표면에 앉은 먼지는 이쪽과 저쪽을 가로 막은 유리 평면의 엄연한 물리적 사실을 깨닫게 한다. 조춘자의 여인은 표면 넘어 환영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응시하는 관람자에게 표면의 구체적 사실을 간헐적으로 인지시킨다.

어깨가 드러난 여인의 팔에서 그 두께를 형상(figure)의 체적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표면의 바탕으로 봐야할지 하는 난독의 조건을 제공한다. 팔은 두 가닥의 긴 윤곽선으로 면적만 제시되었을 뿐 그 내부에 양감을 암시할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어떤 것은 심지어 어두운 천을 배경으로 노출되었기에 종이 그 자체로 남겨진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관람자는 팔로 본 자신의 개념적 경험이 평평히 칠된 물감 혹은 종이라는 물리적 사실 앞에 여지없이 직면하게 된다. 여기서 관람자는 팔이라고 본 자신의 믿음을 재고하고 여인으로 본 분명한 경험마저 환영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여인_ 한지에 채색, 71x91cm, 2010





드로잉 : 생기의 기록조춘자의 밑그림은 그의 본격적 회화에서 보이는 단순함이나 물질의 노출과 달리 인체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뼈와 근육의 움직임까지 철저하게 파악된 드로잉을 근거로 마련된다. 이 방법은 그의 수련기에서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그의 드로잉은 근육과 체액으로 부푼 양감이 색조의 단계적 농담(gradation)으로 표현되고 그에 따른 몸의 세세한 사정의 변화들이 일일이 견고하게 재현된다. 이는 드로잉 재료들(종이와 연필)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고 오직 대상이 평면 너머에 완벽한 환영으로 부각되기 위한 시도임을 말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제작에서 드로잉으로 획득된 상당한 환영의 결과들은 희생되고 몇 가닥의 선으로 축약된다.
그의 밑그림은 실재하는 모델의 사생으로 완성된다. 그는 대상의 생생한 관찰을 고스란히 평면에 옮기는 경험적 직관과 그 순간에 의존해 그린다. 생기 있는 대상에 대한 개인의 구체적 경험을 환영으로 섬세하고 견고하게 재현하는 문제는 르네상스 거장들의 과제이다. 조춘자는 “좋은 것은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그린다고 한다. 이는 보편적 가치에 관한 언급으로 보인다. 이 말은 마치 고대 지중해 인들의 추구와 닮았다. 더욱이 그의 회화에서 목격되는 인물의 자세와 비례 그리고 약간 비튼 동작은 그들의 전통과 연관되게 한다. 조춘자는 서양회화의 근간을 이루는 재현의 핵심을 통해 밑그림을 마련하고 또한 그것을 희생함으로써 본격적 채색화를 완성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여인_ 한지에 채색, 38x45.5cm, 2010



채색 : 역설의 통합극동에서 채색은 전통적으로 표면에 색을 엷게 겹겹이 올리면서 완성한다. 조춘자는 그와 같은 채색의 전통으로 훈련을 받았고 충분히 그 방법을 이해했다. 하지만 수업기에 그는 호분과 아교의 전통적 특성을 무시한 채 채색을 시도하곤 했다. 호분이 채색화에서 색소(흰색)로 그리고 아교는 매재(媒劑, 고착과 희석의 재료)로 쓰인다. 이 기능을 무시한 결과 그는 종이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한지의 속성을 이해했다고 한다. 색을 지탱하기도 하고 스미게도 하는 물리적 평면이 바로 종이이다. 종이는 투명한 유리와 달리 저 너머의 세계를 여기에 고스란히 옮겨 보이게 하지 않는다. 특히 한지는 벽처럼 견고하게 저쪽의 사정이 이쪽에 전혀 감지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은은히 빛을 투과시키고 소리도 통과시킨다.
조춘자의 채색화는 한지의 투과성을 토대로 한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전적으로 층지기보다 표면에 스미는 채색의 구현을 통해 평평한 회화 평면의 물리적 특성과 재현된 이미지간의 온전한 결합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의 회화는 채색의 불투과성을 희생시킴으로써 여기에 도달했다. 색소가 종이에 스미는 것은 수묵화의 전통이고 보면 그의 채색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유동적 표면(flexible surface)은 결국 수묵과 채색의 경계를 없애는 지점에까지 도달한 셈이다.


대부분의 모든 표면은 불투과, 투과, 흡수, 반사의 특성을 띤다. 이 중에 조춘자가 재현하는 이미지들에서 반사는 드물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간혹 반사는 몇몇 인물의 눈동자나 검정색 벨벳 숄의 구김에 겨우 나타난다. 이와 같은 빈도는 고려 말기 불화에 표현된 물결에 간헐적으로 보이는 반사와 유사하다. 전통적으로 한지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그의 애착에 미루어볼 때 간혹 나타나는 그의 반사는 이례적이다. 소수의 고려불화를 제외하고 전통적으로 수묵화이든 채색화이든 반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유화의 양보할 수 없는 물리적 특성이다.

조춘자의 인물화에서 베일과 그것에 비치는 살갗의 관계가 “베일 뒤에(혹은, 베일 너머에) 살갗이 있다”는 식의 깊이로 판독되지 않는다. 그 둘은 하나의 색면으로 제시될 뿐 서양회화에서처럼 환영의 깊이로 표현되지 않았다. 단지 그것은 인물의 윤곽선과 베일의 윤곽 간의 형태 상 차이만으로 관람자에게 제공되고 관람자는 그 차이를 스스로 종합하는 과정에 그것을 깊이로 해석할 뿐이다. 이점이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시각적 변별로 설명하려는 서양회화의 방식과 구별되는 조춘자의 방식이다. 그가 제공하는 사물들 간의 변별은 시각적이기보다 오히려 개념적으로 비친다.

이러한 방식은 바로 말기 고려불화에 등장하는 수월관음(水月觀音)과 그가 걸친 엷은 비단의 관계와 흡사하다. 서양의 환영이 전적으로 시각의 인과적 관계에 따라 드러나는 반면 조춘자의 채색 인물화와 고려불화의 환영은 아무런 시각적 인과 없이 물리적 표면이 제공하는 자극을 관람자 스스로 혹은 자의적으로 그의 마음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서양의 환영이 수동적 관람자를 만드는 반면 조춘자의 환영은 적극적 사색의 관람자를 창출한다.

조춘자의 인물은 정면을 외면했으되 고립되어 보이지 않고, 아무런 호소하는 바가 없어도 그 앞에 관람자를 멈추게 한다. 그의 회화는 표면 너머의 환영이 표면에 관여하고 표면의 물리적 실체가 또한 그 너머의 환영에 관계하는 유기적 공간을 품는다. 여기서 나는 근세 이래로 등한시된 채색의 전통이 복구되는 것을 본다. 이미지의 환영과 표면의 물리적 실체 간의 아찔한 결합은 침묵 속의 잔잔한 메아리나 정지 속의 미동과 같은, 서로 상반된 특성들의 이상적 통합을 보여준다. 이는 충분히 알고 있고 잘 훈련된 자신의 자랑스러운 이점을 스스로 희생한 용단에 의해 성취된다.



이희영, 미술평론가



조춘자

198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1982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10회
2011 레이디팔레스 갤러리
2010 우덕갤러리 초대전, 서울
메이준갤러리 초대전, 서울
춘추회 아트페스티발, 예술의전당
2009 장은선 갤러리, 서울
2006 월전미술상수상기념전 동산방, 서울
休 갤러리(건설회관), 서울
2003 백송화랑, 서울
1997 서울프레스센터, 서울
1986 YOON GALLERY, 서울

단체전 및 초대전
1980-2011 국내외 각종 전람회 250여회 출품
1981-2010 춘추회전
1998-2010 한국인물작가회전
2011 L. A 아트페어, 미국
N. Y 아트페어, 미국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
한벽동인전,한벽원갤러리
2010 시드니아트페어, 시드니, 호주
인천세계도시미술초청국제교류대전

수상 및 경력
2006 제6회 월전미술상 수상
2002 제1회 춘추미술상 수상
2000 제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1986 제9회 중앙미전 입선
1985 제2회 후소회 공모전 장려상
1982-1988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7회
1980 제29회 국전 입상


1984-2000 강남대학교, 부산대학교, 창원대학교, 경기대학교,
고려대학교 강사역임
2011 한국전통문화학교 출강


이메일
joybin3@hanmail.net




▲여인_ 한지에 채색, 41x31.8cm, 2010




Plane of Meditation & Awareness
-Cho Choon ja's Invited Exhibition-



This exhibition was planned to retrospect on Cho Choon-Ja's artistic development and to introduce recent changes of the artist who has dedicated herself to colored figure picture to maintain and develop traditional painting for about 30 years. She is well known as an artist who represents bare women by a clear drawing and a clean coloring to clearly, meditatively do women's beauty. The women exposed on her canvas make us recover a pure pleasure of seeing and meditation beyond a conventional notion of exposed women as sexual object. Her figure picture is characterized by this.
She studied art in the mid/late 1970s when there were opposing opinions on art issues. Young artists confronted at that time situations of dualistic oppositions such as oriental painting versus western painting, Indian ink painting versus colored picture, content versus form. She decided to synthesize these oppositions by her own method without choosing either one or the other. Her method became known to the world by her figure picture in the early 1980s. Since then, she has experimented on restoring the clear forms of figures on plane.
Her coloring is done by a new method by which color soaks through the surface, different from a traditional colored picture which is totally dependent on layering on it. As soaking is a tradition of Indian ink painting, therefore, her plane is a soaked coloring. This is a trial for her to synthesize an imposed confrontation of the opposed aspects such like coloring versus Indian ink as plane, a concrete characteristic. It might be said that a solid drawing of figures is soaked through the surface, with depended on coloring. Her experiment like this has been evaluated as important for giving notice of a new development of traditional painting and opening its possibility. And her artistic fruit like this has been recognized by receiving Chunchoo Art Award and Woljeon Art Award.
Our eyes have been recently caught by the works of art which stimulate the nerves and seem to be hurriedly created for commercialism. Much concern is being voiced about a crisis in painting by the introduction of media with cutting-edge technology and extreme experiments. By synthesizing the illusion of a figure seen beyond the plane and the physical truth of the surface on which the illusion is, Cho Choon-Ja's painting shows us that coloring which has been neglected since modern times, is, in fact, a visual factor inherited in Korean blood. I expect that, through this exhibition, we could see the possibility of the painting which wakes up our lost nature and restores it.


by Yi, Heui yeong (art critic)



Cho, Choon ja

Education
1980 B.F.A College of fine Arts, Hong-ik University, Seoul, Korea
1982 M.F.A Graduate school of fine Arts, Hong-ik University, Seoul, Korea

Solo & Invited Exhibitions
2011 Lady Palace Gallery
2010 Solo Exhibition Wooduk Gallery
Solo Exhibition MayJune Gallery
Choon CHoo Art Festival, Hangaram Art Museum-Seoul Arts Center
2008 JangEunSun Gallery, Seoul, Korea
2006 The 6th Woljeon ART Prize, Dongsanbang Gallery, Seoul, Korea
Gallery Hue, Seoul, Korea

Group Exhibition and Invited Exhibition
1981-2008 Choon Choo Fine Arts Exhibition
1998-2010 Korea Figure painting Group Exhibition
2011 L.A. Art Fair. U.S.A.
New York Art Fair U.S.A.
2010 Sydney Art Fair, Sydney, Australia
Incheon Global Cities Art Exchange Exhibition
Exhibition of Professor korean national University
2009 Painting of 23 Artists, GAGA Gallery


1984-2000 Lecturer of Fine Art college at Kang-nam University, Busan University,
Chang-won University, Kyunggi University, Korea University
2011 Lecturer of Korean national University of Cultural Heritage

e-mail: joybin3@hanmail.net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