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 없는 관광개발
관광과 미술
외국을 여행 할 때마다 어느 곳을 가든지 천재적인 화가들이 빚어 낸 매혹적인 예술작품을 감상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진한 영혼의 감동을
받았고, 새로운 세계와 환상적인 꿈을 느끼는 아름다운 경험을 하고는 하였다. 이와 같이 예술이 인간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하고, 영혼을 감화
시키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하는 관광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18세기 유럽 상류사회에서는 유럽 각국의 문화예술을 두루 돌아보고 최종적으로 로마와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대여행 (Grand
Tour)이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교육과정 이었다고 한다. 또한 종교인들의 순례여행에서 화가들이 창작한
종교화와 조각 그리고 성당건축물을 통해 전해지는 정신적인 감화는 성스러운 종교적인 체험이었다. 이와같이 거의 모든 관광은 문화예술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미술가들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제작 하였다면, 관광은 예술가가 창작한
예술작품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감동을 시키는 역할을 담당 했다. 관광 없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존재 할 수 없고, 미술이 없는 관광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술과 관광은 아주 오래된 공생적인 동반자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관광개발과 미술
오래 전부터 문화예술은 이태리의 발전기, 프랑스의 석유산업이라고 불리웠고, 문화예술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인정되어 왔다.
최근에는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과 아부다비의 문화예술정책의 성공으로 미술이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미술관 하나로 죽어가던 도시가 살아났다는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은 국가이미지 개선을 통하여 세계인을 불러 모으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문화예술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문화예술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 대규모 문화예술 인프라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고,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관광개발을 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우리고 있다. 21세기는 본격적인 문화예술 경쟁의 시대로 들어섰다. 이제 문화예술은 국가경쟁력의 상징이고,
문화예술은 무궁무진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1) 이은기, 김미정, 서양미술사, 미진사, 2008, p. 332.
2)Fanelli, F., "Our Museums are Italy's General Motors, The Art
Newspaper, No. 33, 1993, pp. 6-7.
3)Mosser, F., "Monuments Historiques et
Tourisme Culturel, Quel Project
Pour Quels Publics ?," Cahiers Espace,
1994, pp. 23-27.
4)변재진, 인터넷 시대의 미술, 컬처오션 10월, 2012년, P. 68.
이러한 점에서 관광개발은 종합적인 예술작품을 창조 하는 것이고, 문화 예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관광객들에게 감동스러운 꿈과 환상을 창조 해주는 창조적인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적인 예술작품 하나로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는 분산된 관광자원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새로운 관광자원을 창조하여 집객력이 있는 관광자원으로 변화 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하는 것이
관광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관광개발의 문제점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관광개발계획을 살펴보면 아래의 표와 같이 수조에서 수백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필요한 관광개발계획이
각지자체에서 중복적으로 무모하게 진행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거의 모든 관광개발계획이 천편일률적으로 카지노
개발, 골프장 개발, 마리나 개발, F1 경기장, 해양스포츠시설과 같은 서로 유사한 시설을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는데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이와같이 여러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동일한 관광 시설을 중복하여 개발하려는 무모한 관광개발과 문화예술이 없는 위락시설 건설위주의 개발계획이
진행 되고 있다.
수백조가 투자 되어야 하는 8개 해안관광지의 사업계획 청사진을 살펴보면 모두 판에 박힌듯이 천편일률적인 시설과 유사한 청사진들이 보인다.
서해안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자해서 8개의 유사한 해안관광지가 현재 계획대로 개발 된다면, 향후 발생하는 사태는 너무나도 심각 할 것으로 예상
된다. 서해안에 라스베가스와 같은 카지노 도시를 여러 개를 만들고, 그곳에 유사한 마리나 시설 10곳을 만들고, 대형 골프장을 많이 개발하면
관광객이 유치가 된다는 단순논리에 의한 관광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위락시설에 과잉투자를 하는 것 보다는 문화예술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잘
갖추어져야 관광개발은 성공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관광개발계획을 살펴보면 영종도, 서남해안관광도시(세계최대 351홀 골프장) 새만금관광단지 (90홀) 태안기업도시
(162홀) 등에 각 지자체에 경쟁적으로 대규모 골프장을 건설 한다고 한다. 이것은 관광개발계획이 아니고 골프장 개발에 더가깝다. 전국적으로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 만약 이 계획대로 대규모 과잉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일부 계획지역의 골프장이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리나시설은 서울 여의도 마리나, 잠실 플로라 마리나, 김포 아라마리나 (196척), 인천터미널 마리나, 인천 내항 마리나, 송도신도시
마리나, 영종도 왕산마리나 300척, 무의도 에잇시티 3,000척, 전곡항 633척, 제부항 500척, 안산 방아머리항 200척, 흘곳항
400척, 새만금 고군산군도 200척, 영암 서남해안 관광단지 마리나, 여수 등에 대규모 마리나 시설계획이 들어서고 있다. 이와같은 무모한
계획이 실행 된다면, 일부 지역은 마리나 시설과잉문제로 인하여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광개발계획과 같은 과잉투자와 중복투자, 천편일률적인 관광개발계획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도산하는 골프장, 도산하는
마리나, 과잉투자로 인한 적자 관광단지의 문제로 인하여 파산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지역에 유사한 관광지를
중복적으로 개발 하려는 것 보다는 특정지역을 선정하여 질적으로 우수하고, 예술적이고, 차별화된 관광개발을 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4,000억원을 투자하여 F1경기장을 개발하고, 매년 500억 이상의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영암 해남
서남해안관광도시이다. 이 지역에는 세계최대 351홀 골프장도 건설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전남지역의 골프장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이렇게 대규모 골프장이 건설 된다면 재정적자의 위험이 있다. 전남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인데다가 F1 경기장 때문에 매년 천문학적인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무의도 에잇 시티에 또 하나의 F1경기장을 건설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향후 영암 F1 경기장은 더욱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발생 시킬 것이다. 이에 더해서 세계 최대의 골프장까지 과잉개발을 해서 적자가 발생하게 되고, 여수 엑스포 시설운영에도 문제가 발생
한다면, 전남은 심각한 경제적인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전남 지방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진다면,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간과 해서는 안된다.
전라북도의 새만금 관광개발도 게임시티라는 주제의 카지노 관광단지를 개발 하겠다고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영종도와 무의도, 제주도,
태백 강원랜드에 대규모 카지노 시설이 과잉 유치 되어 있는 상태이다. 세계적으로도 카지노 도시는 몇 곳이 안된다. 그런데 한국은 이 작은 땅에
카지노 도시를 각 지자체마다 유치하겠다고, 무리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골프장, 마리나, 카지노 시설을 과잉개발을 하는 것이 수익성 있는
관광개발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입각한 획일적이고, 무모한 관광개발이 여러 곳에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우려되는
현상이다.
살아 숨쉬는 문화예술공간을 만들자
우리나라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관광개발계획을 살펴보면 문화예술이 실종 된 위락시설 건설 위주의 유사한 관광개발이 중복적으로 추진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지자체가 모두 골프장, 마리나, 카지노를 유치 하여 돈을 벌겠다고 혈안이 되어서, 카지노와 골프장이 만병통치
해결책이라는 획일적인 관광개발계획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전통적인 문화예술 혹은 지역문화예술 그리고 지역산업과 연계된
지역성을 살린 차별화된 관광개발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각 지자체에서 중복적으로 계획 되고 있는 위락시설은 카지노, 마리나, 골프장 일색이고, 전혀 창의적인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외국 관광단지의 벤치마킹이 심하고, 창조적인 얼굴이 없는 국적 없는 계획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 콘크리트로 만든 위락시설의 수를 많이
건설 한다고 반드시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문화예술의 허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양적인 개발 보다는 예술적이고, 창의적이고, 차별화 된 질적인
관광개발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 골프장, 카지노, 마리나와 같은 판에 박힌 뻔한 관광개발이 아니라, 이제까지 아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외국 관광지나 다른 지역의 관광지와는 확실하게 차별화 될 수 있는 감동적인
관광개발계획을 추진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락시설이 다소 부족하여도, 피카소, 모차르트, 미켈란젤로와 같은 천재 예술가들 때문에 매년 수천만명이 방문하고, 관련 상품이
고가로 판매 되고,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일생에 꼭 한번은 방문 하고 싶어 하는 관광도시도 있다. 관광은 예술가들이 창작한 예술에 꿈과 상상의
날개를 펼쳐 주고, 무궁무진한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창조 하는 예술이다. 창의적이고 예술성이 뛰어난 문화예술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없이는
차별화 되고 경쟁력 있는 관광개발계획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여러 곳의 획일적인 관광단지에 생명력이 있는 문화예술공간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조적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창조공간과 창작여건의 조성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각 지역에서 윌리엄 모리스가 추구 하였던 미술공예운동과
같은 예술운동이 일어나서 지역문화예술을 차별화 하고, 활성화 하여 보다 생명력이 있고, 수익성이 있는 지역 특유의 문화예술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 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각 지역의 지역산업과 공예공방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세계에 자랑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지역의
특산품와 지역산업을 육성 하여야 한다. 네번째 전통문화예술과 현대적인 문화예술, 전위적인 문화예술, 아시아 여러 국가의 문화예술, IT산업,
스포츠 등이 융합된 풍부한 문화예술과 철학이 담긴 관광개발계획이 추진 되어야 한다. 다섯 번째, 관광객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고,
한국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차별화 된 명품 랜드마크를 개발하여야 한다. 여섯번째 외국 관광객들이 방문하여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관광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광경찰제도를 도입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문화예술을 창출 할 수 있는
천재적인 인재들이 지역에 유입되고, 교육을 받고, 지역에 남아 창조적인 문화예술을 창출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 융합 교육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문화예술이 세계적으로 유명 해지고, 경쟁력을 갖추면, 외국인 관광객은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 온다. 각 지자체에서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면서 경쟁적으로 카지노, 골프장, 마리나와 같은 획일적인 위락시설을 무모하게 중복적으로 건설 한다고 해서 문화선진국가나 관광대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재정을 투자를 하고, 콘크리트로 대규모 위락시설을 건설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의 피카소, 한국의 모차르트를
육성하고, 예술가의 영혼이 담긴 매력적인 문화예술과 차별화된 지역특산품이라는 창의적인 문화예술 소프트웨어를 개발 하는 일이다. 세기를 뛰어
넘고, 국가를 초월하는 창조적인 예술의 힘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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