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1, 2013

박 지 숙 (Park, Ji Sook)

▲입체

▲입체

▲입체

▲Organic-Green-1, 163x140cm, Gold pencil on canvas, 2012

▲Line of though

▲Bio-0509.Instollation,2005

그린다는 것, 존재의 흔적을 넘어
-박지숙 작품전에 부쳐


형형한 색점들이 폭죽의 폭발처럼 흰 평면에 수를 놓는다. 무엇을 향하거나 지시하지 않음에도 균형과 질서를 가지며 무한히 공간으로 확장된다. 백색 공간에는 수백번 지나쳤을 선들이, 수천번 만났을 점들이 그렇게 우주의 별처럼 무리지어 성좌를 이루고 있다. 점이다가, 선이다가, 어떤 형상이다가 우주 팽창처럼 광활한 울림으로 퍼진다. 작가 박지숙이 그리는 이같은 우주 형상은 끝없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거대한 자연, 그리고 삶의 원리를 순환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간 자연을 통한 생명성 또는 유기이미지로 일관되게 작업해온 작가가 최근 그 이미지의 형상성을 너머 다가간 세계이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어느 스피노자주의자의 회상1>에서 말하는 일종의 무한성의 공간과도 상통할지 모른다.

“이것들은 오직 운동과 정지, 느림과 빠름에 의해서만 서로 구별된다. 이것들은 여전히 형상을 지닌 유한한 요소가 아니다. 이것들은 무한히 분할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들은 현실적 무한(un infini actuel)의 무한한 작은 궁극적인 부분들로, 고른판이나 조성의판 같은 동일한 판위에 펼쳐져 있다. 이 궁극적인 부분들은 수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항상 무한성에 의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김재인 옮김, <어느 스피노자주의자의 회상1>, <<천개의 고원>>, 새물결, 2001, 483면 )

작가의 공간에서는 부분과 전체,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 중심과 주변 등의 경계가 부유하며 사라져버린다. 우주의 만물이 서로의 에너지에 의해 공존하며 상호귀속적 주체로 작용하는 인드라망의 고리처럼 되어있듯이 작가의 화면은 보이는 또한 보이지 않는 망들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마음이 그러하듯.

자연, 유기적 생명성에의 다가섬

작가 박지숙은 ‘생명성 충만한 유기 이미지’를 일관되게 지속해온 가운데 두 세해 전부터 점차 변화를 가지기 시작했다. 자연에 다가서서 보다 근원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해하는 그간의 시간들에서 작가는 식물 모티프를 주로한 형상들을 생성하고 재현하였다. 지난 작업에서 유채로 그려지고, 아크릴에 새겨지고, 동판에 찍히고, 오브제와의 결합 등 다양한 시도로 탄생한 식물 모티프의 유기 이미지는 생명으로 발원하여 순환하며 또다른 생명으로 환원되곤 하였다.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또다시 자연으로 향하는 근원적인 생명성을 담고자 했다. 그 이미지가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이거나 그 근원적인 에너지와 욕망은 열정적인 작가의 모습처럼 충분히 화폭을 뒤덮었다.

그러다가 최근 몇년, 작가는 일관되게 표현해온 유기이미지에를 거리를 두며 사유를 즐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삶의 여정이 그렇게 유인했을 것이리라. 때때로 지치고 힘들던 순간순간을 지나오며 이미 일체화된 유기이미지를 두고 자신과의 소통을 열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득 이미지를 일구었던 자신의 내면에서 ‘감각하는 형상’이나 ‘유동하는 감각’의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다. 오늘을 사는 인간 대부분 그러하듯 자신을 이루는 다면체적 역할과 특성을 마주하며 다시금 거듭 본성에로 회귀하는 것이다.

“생명이 있는 한 그것은 변형을 거듭하며 때로는 증식을 하기도 때로는 환원을 거듭하며 정형성에 벗어나 ‘감각하는 형상’으로, ‘유동하는 감각’으로 순간순간을 제시해줄 뿐이다. 작가는 그 모든 생명성의 원리를 생득적으로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모든 작업은 생명성의 단면을 제시하면서 일체의 감각과 욕망을 환기시킨다. 심지어 죽은 듯 가만히 살아있는 것들에게서조차.”(2010졸고, 박지숙의 <생명의 원리와 사유의 경계>에서 가운데)

2010년 작가의 작업에 대한 위의 필자의 졸고는 작가가 스스로 성찰하면서 발견하는 감각에 주목하고 있다. 이후의 작업에서 작가는 자신의 이미지를 통해 소통을 여러 행위들로 시도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하고, 행운이 전염되기를 염원하는 작가는 자신이 제작한 상서로운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직접적인 소통을 해 보기도 했다. 누군가를 향한 이같은 배려와 나눔을 통해 자신의 정체감을 확인하는 ‘상서로움’의 사례들도 그에 속한다.

나아가 일체의 유기이미지들이 한 곳에 펼쳐지며 구름 위이거나 바다속이거나 착각을 일으키며 한껏 부유하는 설치를 선보였다. 이 펼쳐진 공간에서 각각 독립되어 있던 이미지들은 자연스럽게 무리를 지으며 새로운 하나가 된다. 뿌리까지 한 모양새를 띠는 유기이미지는 대부분 아크릴로 제작된 것들인데, 전시장 바닥 가득 한지들이 펼쳐놓은 드넓은 장 위를 풍경을 그리듯 거닌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흔적처럼 화석화된 식물이미지는 펼쳐진 하얀 대양에서 생명을 부여받은 것처럼 여겨졌다. 화면이나 오브제가 아닌 전시장 전체를 오가며 수놓은 듯, 흩뿌린 듯 정지된 생명체의 이들 이미지는 이미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벗어난 또다른 세계를 예고했다.

시간의 축적, 공간의 운동 그리고 삶의 에너지

얼마전 작가의 작업실에서 벽을 에두르는 즐비한 캔바스들을 마주하였다. 2미터 남짓한13점의 캔바스들이 이제껏 보지 못한 작가의 평면을 만들고 있었다. 점들과 선들 그리고 알 수 없는 흔적들은 감각을 열고 유동하는 에너지의 순간을 그려놓은 듯 정적이면서 동적인 그런 평면이다. 작가는 이십대부터 현재까지 그리지 않은 적이 없이 언제나 그리고 또 그렸다. 작가에게 그린다는 것은 언제나 살아가는 순간 순간의 호흡 같은 것이다. 자연이건 오브제건 그 무엇이었던 간에 작가의 작업은 언제나 시간을 담고, 공간에 근거하며, 그 안에서 삶의 에너지로 찾아진 것이다. 작가에게 그린다는 것은 그렇게 산다는 것이다. 어떤 제약없이 유동하는 감각의 운동성으로 폭발하고 팽창한 작가의 드로잉은 살아있는 존재의 흔적으로, 삶의 에너지로 각인된다. -박남희 (미술비평)


박 지 숙 (Park, Ji Sook)
현 재 서울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개인전
2009 Joy of Sharing (토포하우스)
2008 Organic G08 (인사아트센터)
2003 유기 이미지의 형상성Ⅱ(갤러리pfo)
2002 유기 이미지의 형상성Ⅰ(예맥 화랑)
2001 자연구조의 생태적 동일성 (박영덕화랑)
1998 생명의 비상 (박영덕화랑)등 이외에 28회 개최.

단체전 및 초대전
2010 서울프린트클럽전(그림손갤러리)/2010선화랑 33주년개관전/2009KCAF-IX (예술의전당),Symphony of Nature and Mystique(신미술관),SOAF 서울 오픈 아트페어 /2008ASIA TOP GALLERY ART FAIR (NEW Otani Tokyo)/ 2007 북경국제미술박람회(베이징) / 2006 서울프린트 클럽전, 한국현대미술중동지역 순회전(아랍), SIFA판화국제아트페어(예술의 전당)/ 2005프랑스루부르협회전(Carrousel du Louvre),고대문명의 발상지에서 비추어 본 한국미술(그리스),동방의 빛 -한국현대미술 5인전(포름갤러리, 미국), 日.韓 現代 美術 特別展 (福罔 미술관, 일본) 그 외에 1985년부터 300여회의 국.내외 초대전과 기획전에 참여.

수 상
2002 일본현대미술협회전-JCAA 장려상 / 2001 아르테 파리(ARTEX PARIS) 특별상

작품소장
국립현대 미술관, 국회의사당, 외교안보연구원, 스웨덴 한국대사관, 주한 일본대사관,
미얀마 한국대사관, 성곡미술관, 용평리조트,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디자인하우스,
레고코리아, 삼성의료원, 대우자동차, 현대상호신용금고, 드림미디어넷, 앰버서더호텔,
제주그린빌라호텔 등.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