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1, 2013

미술교육, 미래를 여는 문 ‘아그리다’展에 부쳐

미술교육, 미래를 여는 문
‘아그리다’展에 부쳐
ART BRIDGE -Ⅸ

박 지 숙
(미술학 박사, 서울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단순히 화가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니라 화가의 사상을 불어 넣는 철학적인 행위에 해당 한다. 예술은 시대성을 표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화가는 자기 작품의 정신적 토대를 형성하기 위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다양한 표현들을 연구한다. 그러나 고전도 현대도 그것은 작가가 어떠한 것들을 섭취하여 소화하느냐하는 영양소일 뿐 온전히 작가의 자기화 과정만을 통해 새로운 예술의 영역은 탄생하는 것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그림을 그려보거나 악기를 연주해 보고 싶은 충동을 지낸 채 살아간다. 그러나 막상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재능과 창의성은 오로지 특별한 몇 명만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의 통합적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누구나 창의적 충동을 표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 행위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으로 가장 서정적이며, 분명 우리의 모든 행위 중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서정적 행위일 것이다. 예술이야말로 우리의 존재 이유 그 자체이며, 예술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를 샘솟게 하는 것이다.

이번‘아그리나’그룹의 전시는 미술의 근원적 매체인‘회화’로서 시대정신을 접목시키며 연구해 나가는 아트브릿지(ART BRIDGE)의 아홉 번째 모임이다. ‘아그리나’라는 뜻은 ‘사랑하는 우리 사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서 교육현장에서 있으면서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작가들로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고 미술의 본질로서 자신의 삶과 교육을 병행시키는, 단단한 의지를 지니고 있는 그룹이다.
이처럼‘아그리나’그룹은 현재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서울교육대학교 대학원 미술교육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재원들이다.
미술교육에 관한 지도법 및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실기를 같이 병행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모임은 ‘실천하는 미술과 교육’을 동시에 보여주는 열정적인 모임이다. 이번 전시는 '작품'과'교육'을 상호연계 하여 미술작품이 제작되는 처음 구상단계부터 최종 완성단계까지 보여줌으로써 관람객에게 미술작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제작 되었고, 작품의 구체적인 분석(주제, 소재, 조형언어, 작품읽기 등)과 함께 그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적인 차원의 전시가 될 것이다.
‘아그리나’그룹의 동인들은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림을‘그린다’는 것과 ‘본다’는 것, 그림이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의 형상이나 정감을 나타내는데 보여 지는 모든 것을 말하며, 주로 아름다운 광경이나 경치가 창출되었을 때 이를 실로 시각적으로 완성이 된 그림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림은 구체적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는 모든 시각적인 상황을 인간의 두뇌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해 정감 있는 그림으로 마음에 완성해 낸다.
이를 통해 그림이란 그려지는 행위보다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이며 이를 완성해 갈 수 있는 다양한 인간의 기술적인 행위를 통해 또는 마음의 정감을 통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본다’는 행위는 물리적인 현상을 의미할 수 있다.즉 ‘견해’를 의미하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어쩌면 ‘그린다’는 행위보다는 우선하는 행위이다. 결론적으로 그림의 완성은 ‘본다’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러하다 하겠다. 그러므로 미술의 기본은 보는 것이다. 그리는 것, 만드는 것 이전에 보는 것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모임의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면, 자연의 기록, 삶의 풍경, 공+간(空+間), 세 가지의 주제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자연의 기록은 '자연'이라는 사물이 가지는 표정과 그 하나하나의 개체들이 담고 있는 특징을 기록, 시각화하는 작품들로, 참여 작가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다양한 매체에 담은 자연의 표정들을 특성화시켜 보여주었다. 두 번째, 삶의 풍경 (Life Landscape) 은 적나라한 일상성의 압축을 통해 현대인간의 일상적인 ‘삶의 풍경’과 그 흔적을 형상화하고 있다. 인간 삶의 본질적인 그 심리적 궤적을 삶의 풍경 안에 녹여내고 있다. 세번째로 공+간(空+間)은 드로잉의 기본적 요소인 선의 표현이 공간속에서 그려지며 사물을 형성해가는 이 작품들로 선들의 구성을 통해 공간과의 상호 소통관계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공(空)은 그 자체로 성립하고 실재하는 실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를 뜻하며, 간(間)은 한 곳에서 다른 한 곳까지 떨어진 공간 혹은 어떤 것과 다른 것과의 벌어진 틈을 의미한다.
‘아그리나’구성원들은 자연에 관한 통찰이나,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 또는 삶 속에 응축된 인간에 대한 관심을 작가의 깊이 있는 시선을 통해 작품 속에 옮겨지기도 하고, 가시적인 경험을 통해 비가시적인 내용을 표현하기도 한다.

‘아그리나’의 구성원들은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을 하느라 작품제작에만 전념하여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이들의 열정적인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이들의 이러한 움직임들이 현장에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보는 눈을 갖게 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림은 아는 만큼, 느낀 만큼 보인다. 그러면 어제와 같은 오늘의 평범한 일상이 내일은 달리 보일 것이다. 미술이 중요한 것은 잘 그리기 위해서도 아니고 잘 만들기도 위해서는 더욱 아니다. 바로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기에 중요하다.
예술의 원천은 시각적 현실이 아니고, 모든 인간에 내재된 꿈과 희망, 그리고 동경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작업이란 우리의 감각을 민첩하게 하고, 우리의 상상력을 생생하게 만들며, 우리의 추리력을 날카롭게 만드는 행위의 수단이다. 그러므로 예술의 발전이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무감각 속으로 가라앉아 버릴 것이다. 진정한 예술의 결실은 일상의 삶 속에 도입된 새로운 감성이라 할 수 있으며 예술가는 그 새로운 감성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아그리나’동인의 지속되는 창작 활동을 통해 세상을 더 새롭게, 더 깊이 생각하면서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움, 가치 있는 삶으로의 ‘미래의 문’을 활짝 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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