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9, 2012

경계에서의 조망 - 배춘희의 포토그래픽 전시 붕어빵 이야기


배춘희는 1977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그곳에서 중고등 교육을 마친 후 만하임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디플롬) 전공했다. 그 후 20년 동안 아사쯔(ASATSU Japan) 독일 지사, MMC Mitsubishi Deutschland Gmbh, GAsag Berlin 등의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해 오다 2008년 가을부터 서울예술대학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계에서의 조망
배춘희의 포토그래픽 전시 붕어빵 이야기
갤러리 안드로메다카페
2012.11.10 -11.30

글 홍순환(쿤스트독갤러리 디렉터)

배춘희의 포토그래픽 전시 붕어빵 이야기는 2011년의 개인전 ‘만남’에서 거론했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에 관한 성찰이 대구법을 갖춘 잠언처럼 나타난다. 이 전시의 전체적인 구조는 붕어빵 이미지의 단순 배열과 텍스트와의 조합에 의한 간명한 구도의 디지털 프린터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포괄하고 있는 무게는 만만치 않다. 이는 잠언이나 금언이 형식의 이면에 놓여있는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지극히 전략적인 프로세스를 갖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원인은 이 형식의 주체인 작가가 가진 독특하고 고유한 퍼스낼리티가 덜고 더함 없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1년 토포하우스에서의 개인전에서 배춘희는 스스로 경계인임을 여과 없이 드러낸 바 있다. 주지하듯이 경계인(marginal man , 境界人)은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양쪽의 영향을 함께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아니하는 사람을 일컫는 사회, 심리학적 용어다. 팍(R.E. Park)은 경계인을 문화적 혼종(cultural hybrid)으로 규정했다. 경계인에 대한 우리의 가까운 기억은 2003년에 닿아있다. 2003년 재독학자 송두율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구획선에 갇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 후 그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다시 독일로 돌아갔다. 그를 규정했던 이념적 프레임은 여전히 작동한다. 그의 경우는 타의에 의해 설정된 경계로 내몰려 있다고 보는 관점이 많다. 하지만 배춘희의 경우는 이 경우가 아니다. 그녀의 경계는 객관적이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입장에서의 관찰지대가 된다.

2008년 여름 배춘희는 32년 살았던 독일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날 그녀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 일부분이다. “간판들이 너무 크다. 아니다. 한국이 작을 뿐이다.” “전봇대가 산 위에 줄지어 서 있다. 산이 아프다고 소리 지른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새로운 일상을 경험한 배춘희는 그 후 나아가 나름의 규정을 시도한다. 그 것은 한국과 독일의 문화에 대한 소회다. “한국에서는 새가 운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새가 노래한다고 한다. 한 많은 한국, 새마저 눈물이 많다.”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 독일은 재미없는 천국.” “시간이 없으니 빨리 하라는 한국인, 시간이 없으니 신중히 하라는 독일인” “다른 문화다. 틀린 문화가 아니다. 다른 문화다. 결코 나쁜 문화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독일적인 것도 세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세계적인 것은 인종 차별을 하지 않는다. 인간 차별도 성 차별도 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것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다”

즉 배춘희는 2011년 개인전에서 2008년에 다시 시작된 그간의 한국 생활에 대한 느낌을 텍스트와 사진, 그래픽을 조합해 구현해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배춘희라는 경계인의 시선을 통해 한 사회의 내밀한 부분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결과로 나타났다. 통상 경계인, 주변인에 대한 정의는 그 속성상 정형적이진 않다. 더구나 모든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태도와 목적과 가치와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실존주의적 관점에서는 경계의 설정이 모호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배춘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녀의 독자적인 감각과 이력 때문이다. 배춘희는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77년 독일로 향했다. 그 후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서 활동한 뒤 2008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2년 현재의 배춘희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되어 있다. 지금 그녀가 극복해야 할 사회적 장벽과 금기는 없다고 봐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경계인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더 깊은 성찰을 내포하고 있는 2012년의 개인전에서도 여전하다. 부정적이고 분열적인 갈등이 해소된 자의적 경계에 서 있지만 그녀가 드러내고 있는 조형적 결과들은 경계인의 시각에 의한 부조리의 탐색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배춘희가 취하고 있는 입장은 가치체계가 상호 충돌하는 접점에서의 강요나 압박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조망하기에 효율적인 지대로 스스로 입지를 이동시킨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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