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19, 2012

성진민,Sung Jin min



▲성진민-뽀송이 재료 뽀송이114x91cm 2012
성진민 평문


놀기, 변형과 조립

인간의 모든 행(行)과 사(事)는 종종 유희나 게임으로 비유된다. 호이징거가 인간을 정의했던 개념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하는 인간)"는 인간의 본질이 유희에 있으며, 더 나아가 모든 사회와 제도가 인간의 유희 본능으로부터 나타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모든 관습이나 의례도 이러한 유희에 바탕을 둔 것이다. 유희는 개별적이거나 자의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적인 의미에서 유희나 게임 혹은 놀이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으며, 그 법칙을 따라야만 놀이가 진행될 수 있다. 그러므로 놀이는 제도이며, 이를 통해서 인간은 욕망인 유희를 충족하고 표현하며 획득한다. 인생은 하나의 게임과 같다는 식의 이야기는 인간의 운명이 이러한 제도적인 법칙 혹은 규약으로 조절되며, 또한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현실화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 법칙을 정했단 말인가? 작가는 그 법칙을 만든 주체에 대해 - 그 존재의 정체성을 묻는 대신에 - 자신의 반(反) 유희적인 유희로 대답한다.

-조립하는 예술 arte combinatoria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말한다. 그리고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은 바로 작품의 언사(言辭)적 태도이자 유희이기도 하다. 성진민의 작업은 놀이를 연상시키는, 그러므로 놀이에 대한 상징성이 강한 이미지들을 화면 위에 배치한다. 체스나 장기판, 말이나 레고를 조립해서 만든 이미지들이 작가가 사용하는 주 형상들이다. 이 형상들의 배치와 구성으로 형성된 그림세계는 단순하고 유아적이다. 그렇다고 이 형식이 유치하다는 평가를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련된 조형언어를 지양함으로서 얻어지는 역동성을 작가 스스로 갈구하고 있다는 쪽이 더 정확한 지적이겠다. 단순성은 또한 직설법에 가까운 상징적인 형태로도 나타난다. 이러한 상징물들을 결합시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특정한 플롯을 만들어내는 일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면, 이것은 서구에서 오래된 예술인식 중에 하나인 arte combinatoria와 유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예술은 단순한 재현이나 대리(representation)가 아니라 기존의 형상을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구축해 나가는 일이다. 여기에는 변증법적인 의미구축도 포함된다. 즉 유희성이나 유아적 단순함이 모호한 사물이나 상징이미지와 결합되면서 제2 혹은 제3의 의미를 파생시킨다는 뜻이다.

성진민 작가는 유희에 연관된 상징물을 화면 위에 조립(결합)함으로서 구문을 만든다. 특징이라면 언급했던 단순함 외에 그 결합이 파생시키는 비합리적인 논리성이다. 사실 필자도 이 조합을 어떻게 해제해야 할 지 난감하다. 단견에는 이탈리아의 Pittura Metafisica가 시도했던 메타포로서 구성되는 의미의 세계를 추종하는 것처럼 보인다. 낯선 장소와 일상적인 것들의 이질적인 결합이 만들어내는 작가의 유희적인 풍경화는 그래서 키리코(Chirico)나 카라(Carra) 등이 구성한 관념적인 색채가 짙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그림과 닮았다. 하지만 그 정서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오히려 르네 마그리트에 가깝다. 물론 언급한 근대의 거장들과 비교하면 성진민의 그림이 지닌 공격성이나 난해함은 그다지 강한 편이 못된다. 오히려 차분하다고 보는 편이 났다고 할 수 있으며, 대신에 시각적인 유희성이나 마치 놀이동산이나 동물원을 연상시키는 그런 풍경으로 사변적인 엄숙함을 피해간다. 이런 정서적 태도는 어쩌면 작가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나름의 가벼운 회의주의적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미궁에 빠진 운명의 게임

과거 작가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일관했으며, 설치에서 행위까지 다양한 표현방식을 찾아다녔다. 천과 같은 오브제를 사용하거나 거친 화법으로 구성된 표현주의적인 화면은 그의 궤적이 남긴 흔적들이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당시에 서구 화단에서 유행했던 신표현주의 기법을 응용한 그의 그림들은 제도에 대한 반항과 공격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브제를 결합한 작품에서 작가는 이미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반론을 구성하려는 의도를 보였었고, 그 반론의 문법은 오브제가 지닌 상징성을 직렬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결합하는 것은 연속되고 있지만, 그 결합이 만들어내는 언사는 보다 은유적(metaphoric)으로 변모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운명에 대한 낙천성과 유희적인 태도가 그 근본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미로에 갇힌 말>에서 드러나듯이 작가가 처한 상황이나 제도적 구속에서 스스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레고맨>에서 거대한 형상으로 장기판 위를 걸어 나오는 사람(?)의 모습에서 작가는 초인이 되어 이 상황의 설정을 뒤집어엎고 싶은 욕망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유희의 종말에서 나타날 여러 징후들에 대해서도 첨언을 한다. 유희는, 언급했듯이, 특정한 제도적 산물이고 자체의 논리에 의해 진행된다. 그러나 어떤 논리에도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결함을 가지고 있어서 결국의 파행으로 치닫고 만다는 것을 그림은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자체의 모순율로 인해 갇혀버리면서, 게임은 미궁이 되고 한다. 간혹 그 게임 판을 뒤엎으면서 폭력적 종말을 보고 만다. 작가는 어떤 결과를 꿈꾸고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체크 메이트 check-mate, 게임 끝!

성진민 작가는 이러한 놀이 중에 가장 제도화된 것인 장기판과 말을 형상의 재료로 삼아 자신의 세계를 (재)구성한다. 이 그림 속 세계는 그래서 초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으며, 구성은 그런 형태들이 의미를 구축하는 방식을 취한다. 의미의 구축은 작업 자체가 지니는 또 다른 유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장기판, 레고, 용도를 모르는 기학학적 구조들이나 나름 유기적인 형상물들, 장기판의 말과 같은 것들이나 풍선 등이 형상의 주종을 이룬다. 유아적인 형상이어서 이전의 심각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그 유희적인 성격 속에 무서운 메시지를 담고 있음은 분명해졌다. 그래서 약간 섬뜩하다. 마치 그것들의 이질적인 변주와 변형 - 작가는 이것을 작업의 중요개념으로 삼고 있다 - 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유희성이 다분한 초현실주의이지만, 비현실을 넘어서는 형상언어의 진지함은 현실을 향한다. 그 환상적 상황과 장소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논리가 무장해제 당한 일종의 아나키즘적인 정신적 공황이 느껴진다.

김정락(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미술사학)


Play, Transformation and Assembling

Kim Jung Lock (Art Historian)

All of human's actions and life is often compared to a game or an amusement.
Hoi Zoinger's definition of human as "Homo ludens" is on the human's intuitive amusement, and further more, all of the society and institution are result of the human's nature to amuse. In fact, all the customs and rituals are based on this amusement. It is neither individualistic or arbitrary. Socially, the amusement, game, or play has a consistent rule, and by complying to this rule, the game can only progress. Therefore, the game is an institution, and through this institution, human can fulfill, express and earn their amusement. The story of a life as an another game defines as the human's destiny being controlled by an institutionalized rule or code, but also through it, the individual desire is realized. Then who the hell defined this rule? The artist, on the subject of creating this rule, - instead of asking for the identity of its existence- answers it with half of his/her playful amusement.


-Assembling Art arte combinatoria-

Artist speaks through his/her work.
And the formal aspects of the work is work's rhetoric attitude, as well as the playful attitude. Sung Jin Min's work reminiscent a play, therefore strong symbolic images that represent plays are placed on top of a screen. Images created by assembling a chess or a checkerboard, a word or a lego are the common artist's contours. This image world formed by the geometry of these figures's deployment and formation is simple and infantile. But that doesn't mean this form has simply less attractive assessment. The more accurate assessment would be that the artist has craved the dynamic created through his rather stylish refined visual languages.
Simplicity also appears indicative near to the iconic form. If this specific plot is produced through the combination of these forms by the artist's intent, then this can be similar to one of the oldest art recognition in the west "arte combinatoria".
To explain this concept, art is not mere reproduction or the surrogate (representation), but rather it is building a new meaning combined with the existing shape. In it, the building of a dialectic sense is also included. Thus, playfulness or infantile simplicity coupled with ambiguous objects or symbolic images derive secondary or third meaning.


Artist Sung Jin Min creates the symbols associated with playfulness, assembled on top of the screen (combined) by syntax. Other than mentioned simplicity, the features are the derived combination of illogical reasonableness. As a matter of fact, this combination is also embarrassing to oneself as to how it can be released. In narrow sense, it seems it formed the world of meaning similar to the one that Italy's Pittura Metafisica had attempted - "Metaphor". The artist's playful landscape, created through heterogeneous combination of unfamiliar place, everyday things, and configured with Kiriko (Chirico) or Kara (Carra), resembles an uneasy image with the notion of dense pyschological color. However, when looked from the emotional aspect, it is more akin to Rene Magritte's. Of course, when compared with the mentioned modern art masters, Sungjin Min's picture doesn't depicts the aggressiveness or the inaccessibility side. Rather, viewing it as more calm is better, and in replace, reminiscenting the visual playfulness or an amusement park or zoo can avoid the speculative solemnity. This emotional attitude is maybe what the artist's skeptic attitude ultimately wanted to show.

-미궁에 빠진 운명의 게임-The Fate of the Game missing in a Labyrinth

Writers in the past consistently put an effort to find a woman's identity, expressing various methods, including installments and plays.
Using a rug like object or rough language consisting of expressionism screen was the trace of his trajectory. During the 1980s, when he was attending college, the popular Neo-expressionism technique using the western flower beds was applied into his paintings, revealing the his rebellious and aggressive attitude toward the existing institute. In the artwork consisting the configuration of human perception and thoughts, the artist wanted to show his rebuttal intent, and his rebutting grammar was a way to combine the symbolism and objectiveness. When compared with the current works, the combination work continues, but the combined work transformed into more metaphoric approach than rhetoric, and these changes formed the performance of the fundamental optimistic fate and playful attitude. But as evident in the , the artist's situation or institutional confinement shows lost and wondering appearance, or in , a great human shaping walking on top of the checkerboard cautiously expresses the artist desire to become a superhuman and overthrow the given situation.


Artist also incidentally mentions the end of the amusement symptoms.
Amusement, as mentioned, is specific institutional products, and by the logic of its own. But in any logical sense, contradiction, absurdity, and defects have the end of the claudication, and consequentially head to the uneqivocal term. Due to its ironical scale, it traps and the game becomes a labyrinth. Sometimes, subverting the game board, a violent ending is shown. For what result is the artist dreaming and playing a game?

- Check-Mate, Game Over!

Artist Sungjin Min reconfigured his world using a checkboard and a Horse, which are the most often used in institutionalized games. Within this image world, the surreal situation is shown, and the configuration of those forms is build to represent their own meanings. The construction of meaning is the work itself beloning to another amusement. At the moment, a checkboard, a lego, geometric structures without purpose, organic shapes, a horse on top of the checkboard, similar things or a balloon mainly represent the shape of the form. Because of an infantile shape, the previous serious appearance is hard to find. But within the playful manner, it is very clear that there is a scary message. So it was little eerie. It is as if these heterogenous deformations and various formed world- the author focuses on these as the important concept of this work - may have variety of playful surrealism, but beyond unreality, the seriousness of the shape language is aimed toward realism. In its fantastic situation and place, the anarchist mental panic can be felt, as if the unknown anxiety and strange logic has been disarmed.

Kim Jung Lock (Art Histo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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