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너에게 주문을 건다 ? Spell on you’
글 객원기자 이강성(광운대교수)
미술계에서 이미 일반화 되어 있는 미디어 아트
이제는 더 이상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이 분야에 과연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서 미디어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용되고 있을까?
이번 전시에 감독을 맡은 유진상 교수는 작품 선정 기준을 ‘가능한 한 인터렉티브 한 작품은 특별한 의도를
느끼지 못하는 한 제외시키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좀 더 진중한 철학적 의미와 예술적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는
뜻이다. 특별히 사용자와의 인터렉티브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많이 전시되지 않았음에도 나름 의미 있고 감상할 만한 작품이 여럿 전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나름대로 훌륭한 철학적 의미와 나름대로의 예술성이 결합되어 관람자들을 사색에 빠지게 한다.
예술이 중심이 되어 미디어와
기술을 사용하는 작품들과 기술이 예술적으로 승화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예술 중심의 작품으로는 여러 형태의 비디오 아트들, 사진 예술
등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하고, 기술 중심의 작품으로 눈에 띄는 것들은 얼핏 보기에도 복잡한 설계도(원심력 체험, 2011), 최첨단의 눈 추적
기계(eye-tracking infomatics, 2011) 그리고 3차원 이미지 스캔을 통해 관객을 기념품화 하는 작품(스스로 기념품이
되어보세요, 2011) 등이 그런 예이다. 또한 로봇의 여러 마디의 팔 끝에 스프레이가 달려있는 추가 있고, 그 추가 회전하는 데로 자유롭게
스프레이를 뿌리며 낙서를 하듯 그림을 그리는 작품도 있다(센스리스 드로잉 봇, 2011). 디지털 무선 통신 시대에 맞게 소셜 네트워킹에 직접
참여하거나 소셜 네트워킹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작품화한 것들도 다수 있다. 하지만 그 이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술과 예술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만들어져서 이렇게 작품을 분류할 수 없을지 모른다. 기술이 예술에 녹아버려 그 기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멋진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기술적 면 보다는 예술성이 더 부각되는 전시회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을 처음 대했을 때 각 작품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작품들이 있다는 것이다. 깨알 같은 글씨로 쓰여진 설명을 시간을 들여 자세히
읽거나 녹음된 설명을 듣기 (이것도 늘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전까지는 작품의 감상이 쉽지 않다. 작품 감상을 위해서 이런 노력을 꼭 해야
하는 걸까? 작품을 대하면서 뭔가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인가? 수 많은 작품들을 많은 사람들 속에서 여유 있게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예술 작품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주문을 걸고’ 난 그 주문에 ‘편안하게 취하는’ 그런 소통을 하는 작품들을 소망해
본다.
유진상 감독의 말 대로 많은 인터렉티브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지는 않았지만 몇몇 인터렉티브 작품들을 보고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인터렉티브는 소통이다. 관객이 자극을 주면 작품은 반응한다. 그 반응에 따라서 우리는 또 다른 자극을 제공하고 작품은 반응한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서 우리는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소통이 어렵다면?
어떤 작품 앞에 섰을
때 우리는 막막함을 느꼈다. 그 막막함이란 우리가 어떤 자극을 줘야 이 작품이 반응할 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작가의 열정적이고 긴
설명을 듣고, 앱을 다운받고 실행시켜 봐야 겨우 해 볼 수 있는 한 번의 자극, 과연 몇 명의 관객이 이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참여를 했을까?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러 왔다가 번잡해지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그런 시도를 사람들이 기꺼이 하려 들까?
소통은 쉬워야 한다.
설명도 필요 없고 복잡한 과정도 필요 없어야 한다.
음성인식을 이용한 작품은 음성인식을 위해서 모바일 장치의 화면을 수도 없이 터치
해줘야 하고, 인식 가능한 그 절묘한 시간에 맞추어서 수천 개나 되는 단어 중에 하나를 골라서 읽어야 한다. 어떤 의미 있는 단어를 골라야
하는지도 체험자에게는 부담이며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소통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진지하게 소통하기 위해 불편한 요소들을
고민하여 찾고 해결해서 작품에 녹여야 한다. ‘안드로이드 폰의 음성인식 기능은 화면터치를 필요로 합니다’라는 식의 기술의 한계를 논할 필요는
없다. 예술 작품에는 기술이 녹아 있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처리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많은 미디어
작품들이 현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는데 작업실에서는 잘 동작하다가 전시장에서는 잘 동작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않고 다양한
경우를 대비해서 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잘 동작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차라리 무지에서 오는 용기에 가깝다. 아니면 그
한계를 넘을 능력이 없었던 것일까?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면 모든 다양한 소통방법에 대해 대비되어 있어야 한다. 미디어 아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사람들은 바로 다름 아닌 미디어아트 작가 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인터렉티비티(interactivity)를 통한 관객과의
소통은 기술이 예술에 녹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통은 자연스러워야 하며 편안해야 하고 흥미로워야 한다.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거나 힘들게 만들거나 고민하게 만드는 인터페이스는 지양해야 한다. 작가들의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 98%에서 2%를 더 채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작품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러나 예술의 완성도와 수준은 마지막 2%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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