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14, 2012

움직이는 상자, 그 속에 비밀이 숨어있다.


움직이는 상자, 그 속에 비밀이 숨어있다.
독립 큐레이터 이진영

 2012 프로젝트비컴의 기획 전시는 우연찮은 기회에 시작되었다. 그동안 프로젝트비컴은 타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생성된 작가들의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였고 이러한 작품을 감상한 대다수의 사람들 생각이 변화되어지는 과정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문화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준비한 이번 전시는 창의적 아이디어 그 이상을 보여주기 위한 밑거름으로 그 행보가 시작되었다. 이번 ‘움직이는 상자’展은 지자체 문화 기관인 (재)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의 주최로 이루어진 프로젝트비컴의 기획 전시이며 사회공헌문화사업을 추구하는 회사 (MPK그룹, (주)무라사키스포츠, (주)위드아티스트커피, 아름다운성형외과, (주)ICbanQ, 비비드강)들의 협찬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는 적극적인 전시 관람 문화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회 주체들의 참여와 상호 작용을 통해 더 큰 창조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지자체를 비롯하여 여러 기업의 협찬을 통해 이루어진 이 전시는 문화 예술을 통한 기업의 사회 환원의 의의와 충무갤러리가 향 후 문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 한다. 또한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점진적으로 향상되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번 전시 ‘움직이는 상자‘ 展에 참여하는 예술가 10명(김영재, 김은영, 노미경, 레이박, 오상준, 오 영, 임정은, 정채희, 정환선, 조혜경)은 고정 관념에서 탈피한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해석을 토대로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설치, 회화, 판화 등의 순수미술 뿐만 아니라 생물학, 건축, 디자인, 서양화, 판화, 의상, 레이저광 정보공학, 3D미디어영상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장르와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30, 40대 작가들이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상자‘,’움직임’ 이란 기존의 개념을 재해석하여 탄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건축가 김영재의 작품 「geo-softhard ice-cream」은 과거 Resetting Compass (가나아트 스페이스 2007), Bilaterian Nation (Gallery Plant 2010), 패션 문화에 물들다(국립중앙 박물관, 2010)에서 이어지는 기하학적 ‘공간 가르기’는 네 번째 경험이며, 계속 진행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작품은 공간속의 공간이 만들어 낸,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어느 지정된 지점에서 이 공간을 바라보며 실제 공간이지만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할 것만 같은 느낌을 전달 받으며 미지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작가는 “아이스크림 공장은 추상적 형상과 근원적이며 중성적 장소로 표현하였지만, 이번 전시 역시 어떠한 표현적 은유나 상징적 되새김은 없다. 있다면 시선과 궤적에 대한 메타포(metaphor)만이 존재한다.” 라고 언급했다.
 김은영 작가의 「안과 밖 인식의 상자」작품은 13개의 상자들이 원형 공간으로 설치되어 상자의 안과 밖이 존재한다. 상자로 시작하여 상자 안, 상자 밖, 상자들이 만든 원형 공간 안에 들어가게 되지만 상자의 시점에서는 결국 그 안은 밖이 된다. 크게 보면 설치된 상자의 바깥 공간이라 여겼던 공간마저 갤러리 공간의 안에 해당 된다. 또 갤러리 안은 갤러리 밖에서 보면 안쪽 공간이 되고...결국 안과 밖은 움직이는 쳇바퀴와 같다. 설치된 상자를 보면 관람자들은 안쪽 공간과 바깥 공간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안과 밖의 공간은 어느 곳 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패션 디자이너 노미경의 작품 「감싸주세요(abbracciarmi)」는 4개의 설치 작품으로 몸체와 팔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으로 다가서면 움직이는 몸체들이 꼭 자신을 감싸 안아 줄 것만 같은 움직임과 마주 한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이 작품의 기다란 팔을 본인의 신체에 부착시켜 본인 또는 상대방을 감싸 안으면, 서로의 정신적 교감을 통해 내면의 감성이 전달된다. 누구나 무방비 상태로 살아가지만 작가는 투명한 몸에 움직이는 팔로 감싸 안을 수 있는 장치를 함으로서 자신의 내면을 보듬기 위한 방편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레이 박 작가의 「영감」은 상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영감’을 180도 홀로그램 작품으로 표현했으며, 유대교의 우주관을 담은 내용이 종이에 담겨져 우주의 상자를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이 함께 ‘공존’되는 것을 홀로그램으로 표현되어진 이 작품을 통해서 사람 관계의 공존과 자연과 인간의 공존, 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공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골프코스 설계가 오상준의 「움직이는 상자」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작품의 형태가 완성된다. 작가는 다음과 같은 개념으로 상자를 접근하였다. -전통적인 Box의 개념은 직육면체 형태의 단단한 용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개념을 뒤집어서 ‘Box = Rigid, Box = 90 degree’ 가 아닌 ‘Box allows person to interact with itself’ 의 개념을 완성한다.- 움직이는 상자는 전통적인 직육면체 구조물의 형태로 상자 안쪽에 LED 조명을 설치한 일종의 빛의 상자이다. 빛의 상자에 들어가는 관람객은 자신의 몸을 움직여 다양한 형상의 변형된 상자를 만들게 된다. 이로서 상자는 변화되어지고 또 따른 모습으로 탄생되어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오 영 작가의 「안락한 풍경」은 사회화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가져야만 하는 심리적 자기보호 기제를 집으로 표현한 작품으로서 그림에 보이는 집들은 각자가 지은 심리적인 집이다. 그 심리적인 집의 역할은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유사하기에 집의 형태를 빌려왔으며 심리적 완충 상자 역할을 담당한다. 어찌 보면 각자의 심리적 집은 그들의 감성의 공간이자 그들의 생각을 움직이는 틀(상자)로 만들어진 정신적 집이라 여겨진다.
 임정은 작가의 「separation of cube」는 겹(Layer)이 합쳐지면 입방체로 보이며, 보는 시점에 따라 그 이미지들은 다르게 보인다. 여러 겹(Layer)의 각층에 단순한 기하학적 도형은 빛과 시선에 따라 관람자가 능동적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하여야 확인되는 시각적 유희이다. 작가가 의도한 위치를 찾아 특정 시각에서 보면 정 입방체 형태의 구성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일종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업이다. 관람객의 자발적인 행동은 시각적 놀이를 넘어서 그림을 보고, 느끼며, 연상 과정에서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는 시도가 될 것이다. 끝으로, 일반적으로 ‘그림자는 검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형형색색의 그림자를 통해 환영적인 공간과 입방체의 그림자놀이를 경험할 수 있다.
 정채희 작가의 「념(念)」은 상자 속에 담긴 기억 속 풍경이다. 그 기억의 순간들은 옻칠로 각인되어 작은 상자에 담아 보물처럼 언제든 작가와 함께 이동할 준비가 되어있다. 물론 그 안에 담긴 풍경은 세상 밖 형상에 빗대어 그려진 작가 내면의 이야기이며 그 상자는 때때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정신의 공간, 사유의 방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질문하고자 한다. “ 당신의 작은 상자 속에는 어떤 풍경을 담고 싶은가? ”
 정환선 작가의 「together」 작품은 두 개의 거울이 각각 동양과 서양을 대변한다. 칠보함은 동양화의 물감에 의한 동양화법(민화속의 함들이 역삼각형으로 그려져 있듯 그러한 형태를 따른다.)으로 그려지며 유럽풍 장식의 거울은 캔버스에 오일 물감으로 사실적인 재현의 방법으로 표현하였다. 작가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혼재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서구화된 모습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그 혼재(특히 화법의 혼재)는 때로 사회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동양인으로써 서구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 모순된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작가는 거울 속에 비춰진 그 혼돈의 마주 대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조혜경 작가의 「responsive rhythm」은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자연의 소리, 움직임들은 무수하게 반복 재생산 되어 진다. 작가는 자연의 숨겨진 리듬들의 이미지들을 무한한 빛으로 표현하였다. 빛 속의 빛의 투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움직이는 리듬을 발견할 수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미지들 속에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시각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며 그와 동시에 그 속에 녹아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다양성이 켜켜이 녹아들어 다채롭고 복합적인 전시 공간을 연출하였으며 특히 로비에 설치되어진 상자조형물에서 그 상상의 마지막 포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의 공동 작품‘Maze-go-round’는 김영재 건축가의 디자인과 참여 작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최종 작품은 전시 기간 동안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에 의해 완성되어진다. 꿈과 희망으로 성장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체험할 수 있는 이 공동 작업은 상자 속 세상에서 맘껏 뛰놀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 조성된다. 또한 아이들은 이번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창의교육프로그램「쁘띠조형연구소와 함께하는 ‘움직이는 상자놀이’」의 참여로 정서적 교감을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무한 상상의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무수한 전시들과 다른 이슈가 있다. 무언가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은 가능성을 넘어선 도전과 열정에 정면 승부를 하는 것, 그것이 이번 전시를 이루어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진하여 가능성에 대한 확신으로 이루어 낸 이번 전시는 프로젝트비컴의 멈추지 않는 움직임이다. 이번 전시는 프로젝트비컴의 정신과 닮아 있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탐닉하고 창의적 발상을 시각화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그 결과물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러하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시시포스의 형벌과 같이 무한 반복되어 질 수 밖에 없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대중과의 긴 호흡으로 인해 프로젝트비컴이 이 시대에 변화시키고자 하는 문화적 소명을 이룰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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