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14, 2012

신이철(YI-CHUL SHIN )



                     열대 바다의 빛-감각이 생명이 되다

  열대의 바다는 산호와 물고기의 현란한 색과 유기적이고 유동적인 형태로 나를 매혹시킨다. 살아 숨 쉬는 산호와 현란한 색으로 무장한 열대어의 유영은 빛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색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듯 아름답다. 살아있는 산호는 빛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색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를 유영하는 열대어들은 스펙트럼의 모든 색을 ‘분산 수용’ 하고 있다. 심지어는 스펙트럼의 모든 영역의 색을 각도에 따라 달리 가진 물고기도 있다.
현란한 색,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태
이렇게 범람하는 색들은 산호와 물고기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데, 스펙트럼 전 영역의 색들은 유기적이고 자율적인 산호와 물고기들의 형태를 더욱 유동적이고 자율적이게 만든다. 죽어 잿빛으로 변한 산호 천지의 바다를 헤엄치다보면 색이 형태와 얼마나 불과분의 관계에 있는지 금방 알게 된다. 죽어 잿빛으로 변한 산호의 형태들은 무채색에 묻혀 미니멀의 고요로 다가온다.
  색이라는 것은 형태를 통해서 색 이상의 것이 되고, 형태는 색에 의해서 그 이상이 된다.
  신이철의 근작이 가지는 미덕은 색과 형태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한 상호 고양이라 할 수 있다. 색채를 다분히 제한하여 섬세한 형태가 가지고 있는 생장점과 같은 유동성을 살리려했던, 그래서 에너지에 비해서 섬세함이 빛을 발하는 밀랍과 세라믹의 변주로 이루어진 작업이 신이철이 가진 본령이었다. 그는, 특유의 유기적이고 생물학적인 형태가 어떨게 색을 통해서 강화되고 에너지를 얻는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색이라기보다는 빛에 가까운 유리질 안료의 높은 채도를 통해서 섬세하나 일정부분 도회적인 그의 형태들에게 좀더 야생에 가까운 ‘날 것’으로서의 생명을 부여한 듯 보인다. 그의 작품은 산호가 가득한 열대의 바다처럼 화려하고 일부분 고혹적이며 활력적이다. 그래서 좀 시끄럽고 간혹 작품 간의 충돌이 야기도기도 한다.
터질듯 붉은 색면은 살쪄가는 엉덩이처럼 내부적 균열을 가지고 있으며, 그 위에 얹힌 피마자 열매 같기도 하고 산호 같기도 하고 원생생물이나 인간의 장기 같기도 한 형태들은 보이지 않는 촉수나 흡판으로 붉거나, 푸르거나 한 강렬한 유리질 색면을 휘젓거나 빨아들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신이철이 만드는 생명체들은 대체로 생성이나 생장 혹은 활력들과 관계한다. 생명이라는 것은 본시 소멸이라는 존재론적 절망을 심연에 깔고 있어 숭고하고 엄숙하며 다소 무겁고 어두울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이번에 만들어 낸 생명에 관한 이야기들은 유래 없이 밝고 활력 있어 보인다. 생겨나고 자라고 움직이긴 하나 없어지려면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나야할 것 같은, 발생단계의 에너지가 충만하여 밝고 즐겁다. 전시장은 각각의 생명이 발생하고 생장을 시작하여 총합으로써의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무질서해지는 듯 보이나 무질서도無秩序度(disorder)는 감소한다.
 색을 극단적으로 제한하여, 흑색의 도판의 선묘로 이루어진 작품들의 경우도 색을 배제했다기보다는 모두 수용하여 하나의 색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생명력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잠재적 형태의 생명이라든가, 생명의 배태가능성으로의 초기적 색채로서의 검정 색면으로 읽혀진다. 흡사 심연의 원생생물이나 플랑크톤처럼 보인다. 이것은 전시장을 조성한 조형적인 기저가 색과 형태를 통한 풍부한 생명의 담지여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전시장은 열대의 바다처럼 근원적인 생명의 형태와 빛처럼 보이는 색들로 가득했다. 당연히, 나는 그의 전시장을 유영했다. 
 
유약의 다채로움, 도예의 힘
  현대미술이 무엇을 그리거나 만드는 기술 보다 재료를 다루는 개념이 중요하다는 것은 일부분의 진실과 그 만큼의 허구를 담고 있다. 개념자체가 중요하긴 하나, 그 개념을 물질로 소화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재현적인 미술행위가 아닐지라도 재료를 다루는 기술, 혹은 재료를 제압하는 능력은 예술가가 가져야 하는 최대의 미덕이어야 한다. 개념 없는 미술행위는 읽을 것이 없어 재미를 잃지만, 개념뿐인 예술 또한 공허하다.
 
신이철이 근자에 와서 주목하는 것은, 도자재료가 가지고 있는 표현 가능성인 듯싶다. 흙을 지지대와 형태로, 유약을 안료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들이 간혹 보인다는 것은 ‘사실-현실적으로’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사실-현실적으로’라는 말은 한국 현대도예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관련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사실’, 한국현대도예는 지극히 색채를 제한하여 형태를 강조하거나 흙이 가지고 있는 물질 자체를 드러내려는 경향이 주된 흐름이었으며, 색채를 만드는 유약은 흙이라는 물질과 그 물질로 이루어진 형태들을 보조하는 수단 정도로 쓰여 왔다. 물질과 형태에 자유로운 최근 작가들의 경향들도, 형태와 색채는 작품의 서사구조를 강화하는 도구로, 즉 회화나 조각에서 안료 그리고 조각재료들처럼 쓰여 왔다. 그러나 신이철의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유약의 활용은 형태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혹은 그 자체가 독립적인 형태로 지지대이자 안료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유약에 대한 이러한 운용은 작가가 재료에 매몰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작가의 유약 운용이 재료에 대한 창의성이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정부분 과문한 탓이겠지만, 유약자체가 캔버스이자 물감이 된다는 생각을 크게 안하고 도예작품들을 일상적으로 보아온 듯싶다. 혹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작품들만 보았을 수도 있다. 유약을 흙판에 부어서 그 안에서 균열이나 그것과 관련한 표정을 만들어서, 흙에 발려지거나 칠해진 것이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약의 층은 흙 표면에 고착되는 대신에 유동적인, 그래서 다소 흙으로부터 독립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유약의 질량감 있는 표면처리는 작가 특유의 생장 가능한 유기체적인 형태를 날 것으로 만들고 생명력을 부여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흙은 어떠한 재료보다도 유동적이다. 따라서 비정형의 형태를 만드는데 매우 유리한 재료이다. 흙이 물을 만나서 생명을 담지하고, 불이 예술작품에 혼을 불어넣고... 하는 관념적인 이야기들을 떠나서 -모든 물질들 중에서 자연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며, 불에 데지 않고 만들 수 있는 것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흙이라는 물질은 단순히 형태를 조성하는 데는 매우 편리한 물질이다. 게다가 유약이라는 유리질 안료는 색을 표현하는데 몇 안 되는 좋은 재료이다. 단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유동성이라는 것이 다루기 힘들고 예측이 좀 어렵다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그 유동성들이 흙과 유약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성이며, 그  특성과 작업을 맞추어 가는 것이 작품제작에 있어서 재료활용의 핵심이다.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오른 버드나무나 밤톨을 깎아 낸 듯 한 표면들의 처리, 선묘에 가까운 모양들의 표면에 껍질을 벗기듯 처리한 자국들, 유약들 간의 반발력(?)을 이용하여 층위를 만들고 질량감을 조성하는 표면처리, 거의 날것으로 보이게 만들어진 흙액자들은 잘 살펴보면 그다지 어려운 공정을 거치는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어렵지 않아 보이는 그의 표현들은 흙이 가진 성질을 매우 적절하게 바꾸거나 흙을 흙답게 하고, 물감을 섞어 색을 만드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인 색을 만들며, 여타의 액자가 없이도 더욱 하나의 완결된 그림을 만든다.
나는 이러한 재료의 활용이 신이철이 가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재료를 잘 만지려는 노력 대신에 그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그것이 가진 표현가능성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고 적절한 방식을 찾으려는 ‘쉬운’ 노력들을 하는 듯싶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행위는 일정부분 기예技藝적인 측면이 있으며, 기예는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기예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단지 ‘감탄’뿐이다.
  신이철이 재료를 대하는 방식은 ‘이해’이다. 그 재료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 혹은 자신이 보여주려는 바와 재료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작업량이 많지 않은 작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생각과 이해이다. 그리고 그것은 작업량이 많은 것 보다 더 효율적이다. 
-김영민(미술비평)

Resume
성명: 신이철 (申彛澈)
주소: 서울 광진구 광장동 218-1 극동아파트 10동 104호
연락처: 02-455-4939 010-5301-9510, sheenyc@hanmail.net
학력:
2007년 2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박사 (미술학 박사)
1997년 6월     워싱톤 주립대학교 도예과 졸업(미술석사)
1992년 8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공예디자인학과 도예전공 졸업(미술석사)
1989년 2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도예전공 졸업(미술학사)
개인전2012년 7월      Collecting MutationⅤ - 마노핀 갤러리 반포 방배(서울)
2012년 6월      Collecting MutationⅣ - Space Duru(서울)
2012년 5월      Cutting Edge - Gallery SYNN(서울)
2011년 7월      신이철 개인전 - Zien Art Space(경기, 용인)
2008년 3월      Mutation Jar-웅 갤러리(서울)
2007년 6월      Mutation Collecting Ⅲ-초록뱀 아트센터(이천)
2006년10월      Mutation Collecting Ⅱ-덕원갤러리(서울)
2005년 9월      Mutation Collecting-갤러리 포(부산)
2005년 6월      Taxidermy of Imagination-가나 아트 스페이스(서울)
2000년11월      신이철 드로잉전-X갤러리(부산)
2000년 2월    Seoul Decadence-Framed Voyeurism-하워드하우스갤러리(시애틀 미국)
1998년10월    Drawing, Ceramics, Sculpture-갤러리 서화(서울)
1998년 2월    Taboo Studies in Clay-하워드 하우스갤러리(시애틀 미국)
1997년 6월    Generative Image-C.M.A 갤러리(시애틀 미국)
1991년 4월    신이철 도예전-토탈갤러리(서울)
초대전
2012년 4월      만화로 보는 세상 - SOMA(서울)
2012년 4월      Cross. Over - 밀알미술관(서울)
2011년12월      7 Artists Lighting Spectrum - Art Park(서울)
2011년 9월      KIAF - Koex(서울)
2011년 9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 청주연초제창(청주)
2011년 9월      Friendship - Pink Gallery(서울)
2011년 9월      Pink Art Fair - 인터콘티넨탈 호텔(서울)
2011년 9월      Korea Tomorrow - 한가람미술관(서울)
2010년         현재 서울산업대학교 조형대학 조교수

YI-CHUL SHIN


Date of Birth: 8th July 1964
Address(home): #10-104 Kukdong2 APT, Gwajang-Dong, Gwangjin-Gu,  
                             Seoul Korea
Address(Univ): #232 Gongreung-Ro Nowon-Gu Seoul Korea
Address (Studio): Gaun-Dong #407-1, Namyangju-Shi, Gyunggi-Do         
Tel: Home 82-2-455-4939  Uinv.82-2-970-6114Fax:82-2-6215-4939
CP 82-10-5301-9510
E-mail: sheenyc@hanmail.net



EDUCATION
2007. Ph. D  Fine Arts, Hongik University, Seoul, Korea
1997. Master of Fine Arts, University of Washington School of Art, Seattle, WA
1992. Master of Fine Arts, Hongik University, Seoul, Korea
1988. Bachelor of Fine Arts, Hongik University, Seoul, Korea
 PRESENT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 Technology
School of Art Professor

SOLO  EXHIBITIONS
2012. 7  Collecting MutationⅤ(Manoffin Gallery Banpo, Bangbae, Seoul Korea)
2012. 6 Collecting MutationⅣ(Space Duru, Seoul Korea)
2012. 5 Cutting Edge(Gallery SYNN, seoul Korea)
2011. 7  Collecting Mutation Ⅳ(Zien Art Space, Gyunggi Korea)
2012. 5  Cutting Edge (Gallery SYNN, Seoul Korea)
2008. 4  Collecting Jar (Woong Gallery, Seoul Korea)
2007. 6  Collecting Mutation Ⅲ (Modern Art Centre, Yicheon Korea)
2005. 9  Collecting Mutation (Gallery Pho, Busan Korea)
2005. 6  Taxidermy of Imagination(Gana Art Space, Seoul, Korea)
2000.11 Drawing of Yi-Chul Shin (X Gallery, Busan, Korea)
2000. 2 Seoul Decadence-Framed Voyeurism (Howard House, Seattle, WA USA)
1998.10 Drawing, Ceramics, Sculpture-Process of Work (Seohwa Gallery, Seoul Korea)
1998. 2 Taboo Studies in Clay (Howard House, Seattle, WA USA)
1997 .6 Generative Image (CMA Gallery, University of Washington, Seattle, WA USA)
1991 .4 Figurine (Total Gallery, Seoul, Korea)

INVITATIONAL  GROUP EXHIBITION
2012. 4 Cartton World-SOMA(Seoul Olympic Museum of Art)
2012. 4 Cross. Over- Milal Art Museum(Seoul)
2011.12 7 artists Lighting Spectrum(Art Park, Seoul)
2011.12 Korea, Japan, Taiwan Exchanging Exhibition(Yido Gallery, Seoul Korea)
2011. 9 Korea Tomorrow(Hangaram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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