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14, 2012

하민수(HA, MIN-SU)

▲no.15 What a amaging dancing it is!-2

▲no.12 출애굽기 - 물두멍 (자유 조건)2

▲no.11 Happy to be free

▲no.9 세례 요한의 자유함 앞에서

▲no.7 출애굽기 - 물두멍(자유 조건)






하민수 작품론

나비의 꿈: 삶과 예술의 이중주

박은영(홍익대 강사, 미술사학)

하민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려면 우선 그룹 ‘메타복스(Meta-Vox)’의 중심 멤버로 활동하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메타복스’는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지속된 미술 동인으로, 당시 한국 추상미술의 미니멀리즘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오브제(사물)를 메타언어로 삼아 탈모던의 대안을 제시하려 했던 한국 포스트모던 미술의 선도 세력이었다.

‘메타복스’ 활동 초기에 하민수는 천이라는 재료와 숫자의 이미지를 사용해 오브제와 기호의 문제에 천착했다. 흰 무명천은 본래 캔버스의 재료로서 회화의 바탕이 되지만 no.1 같은 작품에서 천은 캔버스의 평면을 형성하는 동시에 솜, 접착제, 안료 등과 함께 작품의 표현 매재로 작용한다. 그 재료들의 접합과 이완의 관계 속에 숫자들이 은근히 드러나는데, 그 이미지들은 바탕 위에 그리거나 첨가한 형상이 아니라 바탕처럼 납작하고 오히려 주변이 돌출해 부각된다. 가장 강력한 상징기호 중 하나인 숫자가 재료의 강렬한 물질성에 파묻혀 약속된 의미가 흔들린다. 사물은 물론 기호에 대해서도 관념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의미의 물질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의 놀이를 통해 작가는 대상을 해체하고 내면화하고 다시 개방하면서 오브제와 상징과 이미지의 어긋난 조우를 유도한다. 이로써 기존의 예술이 주장해온 내적 가치와 사회적⋅문화적 소통의 문제를 재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굴레의 강>no.2 연작에서는 좀 더 다양한 천들이 사용되는데, 대부분 구겨지고 찢기고 채색되어 직물로서의 본래 목적과 기능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 ‘비정형(informe)’으로부터 새, 강, 동물과 같은 또 다른 이미지가 서서히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미지는 대상의 ‘재현(구상)’이 아니라 비정형 가운데 맺어지는 ‘형상’으로서, 파편화되고 물질적이며 본능적인 것에 가깝다. 기존의 미적 논리가 완결성, 완전성, 고정성을 전제로 한다면, 이러한 작품들은 불완전성, 가변성, 공예적인 것, 촉각적인 것을 나타내며 여성성과 깊이 관련된다.

오브제의 여성적 측면을 통해 기존의 미학에 도전했던 하민수는 1990년대 들어 바느질로 일상적 소재들을 새기면서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경향의 작품세계를 전개한다. ‘30캐럿’전, ‘여성, 그 다름과 힘’전, ‘99 여성미술제’ 등에 참여하면서 동시대 여성 작가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하였다. 바느질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생산성과 장식성을 드러내온 수공예적 제작방법이며, 굴곡진 역사 속 고통스런 여성의 삶과 한을 함축한다. 하민수는 바느질과 함께 전 통적인 소재나 형식을 도입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동양과 서양을 융합한다. 무수히 엇갈리는 재봉선처럼 시공간의 짜임 속에 변화해온 여성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작품에 등장하는 옛 여인의 낡은 흑백사진은 '우리'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작가 자신과 동일시되고no.3 과거 어머니들이 애용하던 자개 화장대는 이제 화가의 분신인 젊은 여인을 비춘다.no.4 특히 <김씨가 이씨를 낳고, 이씨가 하씨를 낳고, 하씨가 신씨를 낳고...>no.5는 부계사회의 역사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인데, 가부장적 체제의 누적된 시간 속에 가려진 여성의 역사를 드러내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바느질 작업은 고대 신화에서 지혜와 기예의 여신 아테나에게 대적했던 여인 아라크네를 연상시킨다. 아라크네는 직조 기술이 신의 솜씨에 견줄 만큼 뛰어났지만 인간으로서 감히 신에게 도전했다는 이유로 거미로 전락해 평생 거미줄을 짜야 하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거미줄은 아무리 정교하고 기능적이라 해도 예술작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상상력도 미적 목적도 들어 있지 않고, 양식이나 소망과 같은 장식충동이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거미가 되기 전의 아라크네는 미술을 창조하는 인간이며, 그녀가 짠 직물은 인류가 예술을 통해 문명을 성취했음을 의미한다.

하민수의 작품에서는 가느다란 재봉선들이 풀리고 얽히며 모호한 가운데 형상을 이룩해 나간다. 거미줄 같은 그 선들은 한편으로는 평범한 일상과 반복되는 노동의 흔적으로, 헤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이자 숙명처럼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구속의 틀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아라크네의 실처럼 부단한 창작의 근원이요 질긴 생명선이며, 유한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비상의 끈이기도 하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2000년대 이후 삶의 조건이나 원형, 근원과 같은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일상의 고단함과 일탈의 욕망을 일종의 예술적 유희로 전환시키면서 모든 상반된 요소들의 균형과 조화를 통한 궁극적인 자유를 추구한다. ‘균형’을 주제로 삼은 일련의 작품들에는 얽힌 실타래 같은 선들이 단독의 여성 인물과 함께 나타나는데, 흔히 동그라미, 물, 꽃, 나비의 이미지를 수반하기도 한다. 이들은 희망과 절망, 이상과 현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중적인 조건 속에서 투쟁하거나 순응하며 균형을 유지하려는 존재의 양태를 드러낸다. 이를테면 <삶의 균형>시리즈에 인물과 함께 빠짐없이 등장하는 공 모양의 커다란 동그라미는 각자가 져야 할 짐의 부피와 만들어갈 삶의 무늬를 보여주는 듯하다.no.6 그 공은 시지프스의 돌처럼 끝없는 고통의 대상이지만 삶의 증거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는 그것을 늘 공존하는 타자, 즉 균형을 이뤄야 할 대상으로 수용하고 놀이하며 장식한다.

때론 혼란스럽게, 때론 달콤하게 다가오는 하민수의 작품에서 일관된 주제는 일상에서 문득 마주하는 자아, 그 존재에 대한 치열한 탐색이다. 살아 있는 존재는 죽음을 내포하므로 작품의 저변에서 작가는 필연적으로 죽음이라는 화두와 항상 대면한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물이나 나비의 형태는 죽음에 대한 의식이 형상화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죽음은 새로운 탄생을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물과 나비는 죽음과 동시에 새 생명, 즉 세례나 부활에 이어진다. <출애굽기-물두멍(자유조건)>no.7연작에서는 짙은 파란색과 바느질 선이 동심원적 파문 형태로 물의 이미지를 이루고 그 중심에서 나비 한 마리가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서양에서 나비는 육체를 벗어난 영혼의 절대적 자유를 뜻하며 죽음으로부터의 재생, 즉 기독교적 부활과 구원을 상징한다. 동양에서도 나비는 사랑, 소망, 부귀의 상징으로 널리 재현되었으며, 장자(莊子)는 사물과 자신의 구별을 잊는 ‘물아일체’, ‘무위자연’ 사상을 나비를 통해 비유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하민수의 작품들 곳곳에서 얼핏 날아오르는 나비들은 숨겨진 자아이며 삶의 굴레에서 이탈한 죽음의 모습이고 또한 재생에 따른 영혼의 자유를 암시한다. no.8, <세례요한의 자유함 앞에서>no.9처럼 복잡하게 얽힌 재봉선으로부터 마침내 탄생한 것은 날개를 활짝 편 한 마리 커다란 나비다. 엉킨 선들은 무질서하지만 그 비정형이 오히려 창조 직전의 혼돈과도 같이 새로운 탄생을 위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하민수는 회화적 시각성과 공예적 촉각성을 넘나들며 미적 거리두기와 경험적 다가서기를 반복해 왔다. 그 과정은 삶과 예술을 동일선상에서 고뇌하며 모두를 감내하는 동시에 거듭나기 위한 작가의 몸짓으로 보인다. 하민수의 작품은 묵묵한 일상의 과업이자 창조의 신전에 바치는 경건한 제의적 유희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하 민수 Ha, Min su

1961 서울生
198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1986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졸업

<개인전>
2012 캐피탈 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전-캐피탈 호텔, 서울
2007 KCAF 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2005 쌈지 갤러리 기획 초대전 -서울
1997 다도 화랑 초대전 - 서울
1995 금호 갤러리 기획전- 서울
1989 나우 갤러리 기획전- 서울

<단체전 >
1985-1988 제 1-4회 [META-VOX]展
1993-2000 제 1-7회 [30캐럿]展
1994 여성, 그 다름과 힘 (한국미술관-서울, 갤러리 한국-용인)
1995 공간의 반란展(‘95 미술의 해 조직위원회 주최,서울시립 미술관 - 서울)
1999 ‘99여성미술제 “팥쥐들의 행진” (예술의 전당 ­ 서울)
2002 제33회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특별전“또 다른 미술사-여성성의 재현” 2011 현대미술의 루트전(예술의 전당)

E-mail ;wing-21c@hanmail.net http://blog.daum.net/blue_wing



HA, MIN-SU

Born in seoul
Graduated from college of fine art Hong-Ik univ. (B.F.A.)
Graduate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 (M.F.A.)

Solo exhibition

2012 Gallery Capital Invitation-Capital Hotel-Seoul
2007 The 7th KCAF, Seoul Art Center-Seoul
2005 Gallery Ssamzie Invitation-Seoul
1997 Dado Art gallery Invitation-Seoul
1995 Kumho gallery planning-Seoul
1989 Now gallery Invitation-Seoul

Group exhibition

1985-88 4times exhibition of group
1993-98 6times exhibitions of group <30 Crats>,
1994 The woman, the difference and the power, Korea art museum -Seoul & YongIn
1995 ‘95 The commemoration year of art ,the expression medium of the Korean contemporary art, Municipal art center- Seoul
1999 Women's Art Festival '99 : Patjis on Parade, Seoul Art Center­Seoul
2002 The special exhibition of Ewha womans university museum
Ewha womans university museum-seoul
2011 Root of contemporary art, Seoul Art Center­Seoul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