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14, 2012

미술과 법률상식: 화가와 명품회사 사이의 법적 긴장관계


미술과 법률상식: 화가와 명품회사 사이의 법적 긴장관계
객원기자 박형연(법무법인 코러스 대표변호사)

불황의 시대에도 명품은 항상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명품시계, 명품가방, 명품 옷 그래서 명품을 사칭한 짝퉁도 등장한다. 식자들이 명품 밝히는 사회와 사람을 비난하지만 사람들의 명품선호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는 명품을 파는 회사들이 상업적으로 명품선호를 부추기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결함 많고 부조리한 것이 우리네 인간의 속성이기에 나의 부족함을 조금은 완벽하게 보이는 명품가방을 들고, 명품 옷을 걸침으로서 감추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명품의 사회학이 이러하기에 항상 시대를 앞서가고, 새로운 창작을 하는 화가에게 명품은 좋은 오브제가 되고 있다. 그림도 결국은 인간학 아닌가! 그래서 명품을 오브제로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내가 아는 어떤 갤러리 관장은 그런 작가경향을 싫어하고 경계하기도 한다. 이런 명품을 이용한 화가의 작업과 관련하여서는 명품회사와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고, 간혹 발생한다. 최근에 필자가 직접 관여한 사례가 있어, 오늘의 주제로 삼아본다. 
헌법재판소 근처에 위치한 갤러리 에뽀끄(관장 김희정)에서 2012. 6. 13 (수)부터  6. 26 (화)까지 작가 김혜진 초대전이 있었다. 김작가의 작품은 프라다, 구찌 등의 명품회사 광고사진을 일종의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들이다. 그러다보니 갤러리에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명품회사에 대하여 홍보메일을 보냈다. 당연히 오늘의 주인공회사인 프라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갤러리 에뽀끄 입니다 ^^ 김혜진전에 초대 합니다.
   김혜진 작가의 관련 자료를 보내 드렸습니다.
   긍정적인 검토 부탁드립니다
    상업적인 용도가 아닌 순수 창작물의 작품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 친절히 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김혜진 작가님과 저희 갤러리 에뽀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갤러리는 이 메일을 보내면서 프라다가 이런 답장을 보내올지는 꿈에도 몰랐었다. 그런데 답장은 이러했다. 
   안녕하세요. 김희정 큐레이터님
   전달 해 주신 자료는 잘 받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광고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용을 하시는 것은 불가능한데 작가님께서 작품을 하시기 전에 저희 본사에 먼저 이러한 것을 알리시거나 사용여부에 대해 협의를 하셨어야 하는 건입니다. 프라다의 광고 비주얼은 본사에서 컨펌한 일부 잡지, 매체 등을 통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저희 역시 포토그래퍼에게서 이미지 사용권한을 이러한 내용으로만 구매/ 사용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같은 브랜드 지사 역시 함부로 이미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어느정도 저희 브랜드를 소재로 창작을 하신 것이라면 저희가 협의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겠지만 지금 작가님의 작품은 저희 광고 비주얼을 그대로 재연, 여기에 추가로 창작을 하신 것이기에 모티브로 한 창작이 아닌 원본을 그대로 재연 하신 것에 해당합니다. 이는 저희가 본사에 인폼을 하는 즉시 본사에서 액션을 취할 정도로 큰 이슈거리이기도 합니다.
   일단 작가분께 먼저 광고 비주얼 사용에 대해 본사와 협의 하신 적이 있는지에 대해 문의 후 회신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러한 메일을 받은 갤러리는 법률전문가와 상의한 이후에 대처하지 않고, 프라다의 추가적인 법적조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다음과 같은 답장메일을 보내고 프라다 광고를 이용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에서 제외시켰다.  
   안녕하세요 갤러리 에뽀끄 입니다.
   저작권에 대한 부분이 예민하지만 저희가 간과한 점 정말 다시 한 번 사죄드리며 저희가  현재 시정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빠르게 대처 하였습니다. 현재 웹상에 올라와 있는 김혜진 초대전에 대한 보도자료 중 PRADA와 관련 된 이미지는 모두 삭제 또는 삭제 요청 중입니다. 늦어도 오늘 중으로는 삭제됩니다 작가 분과 상의 하에 전시 예정이던 Prada와 관련 된 신작 1점이 당연히 제외 될 것입니다. 다른 업무 부분도 있으신데 저희가 갑자기 큰 걱정을 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할 따름 입니다.
   선처 부탁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갤러리 에뽀끄
갤러리는 막상 전시를 중단한 이후에 주위사람들에게 자문을 들어본 결과 섣부른 판단이라는 의견이 많자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같이 사안을 검토하여 보니 필자가 판단하기에도 갤러리가 억울하다. 그래서 프라다에 내용증명을 보내서 과연 갤러리가 프라다의 저적권 침해가 있는지 시비를 가리자고 상호 합의한 다음에 “프라다 코리아 주식회사”에 필자 법무법인의 이름으로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하였다. 필자가 내용증명 초안을 작성하여 프라다에 대하여, 귀사의 어떤 저작권을 갤러리가 침해하였고, 왜 갤러리와 작가가 작품활동과 전시(프라다에 대한 초청장 발송 포함)에 있어 귀사의 사전허가 내지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귀사 변호사와 법적 검토를 하여 밝혀줄 것을 요청하였고, 만일 한 달 이내에 적절한 대응(사안검토 및 사과)이 없을 경우에는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작가와 갤러리는 부담을 느꼈는지 내용증명을 보내지 말자고 하여 본건의 법적 진행은 여기에서 중단되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아쉽다. 과연 프라다 본사에서 위 내용증명에 대하여 어떤 대응이 나올지 궁금하기 때문이고, 작가입장에서도 과연 내가 프라다의 광고사진을 작업하는 것이 어떤 법률문제가 있는 것인지 확실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하에서는 갤러리와 프라다의 분쟁의 법적 쟁점을 나혼자 정리해보려고 한다.
우리 작가의 작품이 프라다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는 것은 프라다의 상표를 함부로 사용한 것에 대한 상표법 위반, 프라다의 광고사진을 저작권자(프라다 광고 사진의 저작권이 프라다에게 있을 수도 사진작가에게 있을 수도 있다)의 동의 없이 사용한 것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프라다 직원의 메일을 자세히 보면 작가나 갤러리가 프라다 상표를 함부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프라다 직원의 답변을 보면 “저희 광고 비주얼을 그대로 재연/ 여기에 추가로 창작을 하신 것이기에 모티브로 한 창작이 아닌 원본을 그대로 재연 하신 것에 해당합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 “지금 작가님의 작품은 저희 광고 비주얼을 그대로 재연/ 여기에 추가로 창작을 하신 것이기에 모티브로 한 창작이 아닌 원본을 그대로 재연 하신 것에 해당합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법률적으로 프라다 직원의 말을 표현하면 작가의 창작은 프라다 광고사진이란 1차적인 저작물을 바탕으로 2차적 저작물을 만든 것이고, 2차적 저작물을 만들려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것이다. 
우리 저적권법은 2차적 저작물이란 기존의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한다(저작권법 제5조)고 규정하면서 2차적 저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되고, 2차적 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5조). 그리고 다시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원 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였다(저작권법 제22조). 따라서 우리 작가의 작품을 원 저작물(프라다 광고사진)을 이용한 2차적 저작물로 본다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받아 작업을 하였어야 한다. 결국, 프라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작가의 작품은 프라다 작가의 광고사진을 변형 또는 각색하여 작성한 창작물 즉, 2차적 저작물로 파악하고 있고, 그렇게 못볼 것은 아니다. 실제 프라다 직원은 그렇게 본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프라다 식으로 본다면 화가의 창작의 자유는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고, 작가들은 크게 반발할 것이다. 그렇지만 분쟁의 대상이 프라다의 사진이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고 가정하고, 그 작품에 대하여 변형을 가하였다고 생각하고 보면(프라다 사진작가와 우리 작가의 분쟁으로 보면 바로 본건이 그렇다) 이것은 작가들 사이에서도 정답이 쉽지 않은 진지한 고민거리요,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프라다 사진을 변형한 제2의 창작물이냐? 아니면 프라다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순수한 창작물이냐? 하는 논점 말이다.  그래서 필자 입장에서는 프라다 법무팀의 변호사들은 과연 어떤 입장을 견지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것을 들을 기회를 가지지는 못했다. 솔직히 프라다 본사에서는 자신들의 제품이나 광고사진을 이용하여 순수창작을 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낄 수도 있다. 프라다 직원이 오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찌되었건 주위의 저작권 전문 변호사들에게 의견을 구해본 결과 우리 작가가 프라다의 저작권 때문에 창작활동이 방해받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필자의 생각도 그렇다. 프라다의 광고사진을 가지고 작가가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 프라다의 이미지와 상품판매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물론 프라다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는 입장에 따라서 참 어려운 개념이다. 어찌되었건 작가와 갤러리는 프라다 직원의 메일에 해당 작품 전시를 접어버렸다. 그리고 법적 대응도 접었다. 그래서 본건은 여러 가지로 아쉬운 것이 많다. 아쉬움이야 바로 흘려보내면 되지만 김작가가 본건으로 인하여 창작의욕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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