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14, 2012

건축가 김영재와의 인터뷰


건축가 김영재와의 인터뷰

충무아트홀 에서 Anonymous Contents를 운영하는 건축가 김영재씨를 만났다. 프로젝트비컴이 기획한 <움직이는 상자>展에는 10명의 작가 작품들 중에 ‘Geo-softhard ice-cream’이 설치되어 있다. 몇 일 동안 설치에 여념이 없는 김영재 건축가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몇 가지 인터뷰를 청해 보았다.

1. 이번 전시는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한 흥미로운 전시라고 생각되는데 건축가이신 김영재 소장님은 어떻게 <움직이는 상자>展에 참여하시게 되셨나요?
프로젝트비컴과는 2007년 Connexion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첫 번째 그룹전에 참여한적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움직이는 상자(moving box)를 통해 ‘박스-내용을 담는다는 기능적인 XX와 동시에 기하적 형식언어를 갖는다’는 점이 ‘움직인다- 단순히 물리적 이동이 아닌 주체와 객체 사이의 상황적 관계성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건축가인 저의 관심사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2. 이번 전시 <움직이는 상자>展은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시각 또는 기하적 요소들의 설치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선생님은 이번 전시에서 선생님의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어떠하리라 예상하나요?
개인적으로 건축 활동 이외에 지속적으로 전시를 통한 설치 작업을 해왔습니다. 늘 저의 설치의 주제가 되어왔던 주체와 객체의 시각적 관계(visual connection)가 만들어내는 일차적 상황이 다시 이번 전시에도 재설정 되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반응(thinking)이란 저의 프로젝트개념에서 일부러 배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전시와 관객이라는 이벤트적인 상황보다는, 눈을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역할은 설치된 작품과 일대 일의 연결성을 가진, ‘보인다’의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의 완성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작품과 보는 사람(viewer)사이의 일직선적 시각적 순간(Visual moment) 만이 저의 프로젝트의 시작이며 끝입니다.
객체 혹은 외부세계(world)를 경험하는 인간의 인식작용은 그 무엇보다도 시각을 바탕으로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자극의 80% 이상을 시각에 의존하는 인간의 눈(eye)의 효율은 애처로울 만큼 비효율적이고 무능력합니다. 이렇게 과대평가된 눈(eye)의 역할과 사고(thinking)의 관계성을 역설적으로 관객에게 묻는 작업입니다.

3. 그렇다면 선생님은 ‘Geo-softhard ice-cream’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모든 시각적 형식언어는 기하(geometry)로 귀의합니다. 항상 개인적으로 느끼지만 공간 만들기의 보정작업 (revision)에서 무엇보다도 ‘기하’는 강력합니다. 또한 기하(geometry)는 역사성과 관계없이 그전부터 존재해 왔던 사실(fact)이며 동시에 가장 보편적이며 중립적인 도구(medium)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떤 주어진 공간 내에 작가가 개입시킨 기하적 요소(geometrical elements)와 관람자(eye) 위치 관계를 시각적 경험을 통해 순간적인 모멘텀(momentum)을 들어내는 것이 저의 주된 개념입니다. 이때 저의 역할은 창조자의 입장이라기 보단 감독에 가깝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만들어질 그 무엇에 대한 작업중의 선택은 작가의 색깔 없이 가장 무성적이고 객관화된 행위이지만, 여전히 디자인 과정 중의 작위적 선택과 임의성은 필연적으로 유효하다고 봅니다. 바로 이 부분이 건축가인 제가 노출할 수 있는 유일한 메타포(metaphor)라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과거 ,, ,<패션 문화에 물들다, 국립중앙 박물관, 2010>에 이어지는 기하학적 ‘공간보정하기’
의 네 번째 이야기이며, 계속 되어 질 현재 진행형의 중간프로젝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 개의 다른 형식적 물성의 기하학적 구축을 통한 ‘관계 맺기’입니다. 이렇게 구축해낸 공간 속의 벽에 새겨진 평면적 오브제는 기하학적 질서를 통해 실제 현실공간과 치환되거나 교차되어 추상적 느낌의 일루전적 시각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시각적 구조는 형상언어- 허상과 실제가 기하적 구성을 통하여 관람자에게 오직 표상적 단계에서 어떻게 같은 속성을 갖출 수 있을까에 대한 실험입니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파트로 이루어집니다. 1. 주어진 전시공간이 가지고 있는 그리드 시스템과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질서로서의 중첩된 프레임을 설정하고 2. 새로운 그리드 시스템과 허상의 오브제( 4.5m X 4.5m X 54m)로서의 투시적 배치를 하고. 3.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관람자 시점(eye point 0) 에서 투사시키면. 이 때 시각적 인식은 평면적 무질서에서 다시 바라본다는 입체적 시점으로 이동된다. 더 이상 우리를 “보인다?”라는 형식언어로서의 점, 선, 면과 공간의 경계는 사라지고, 공간은 더욱 더 확장된 나를 둘러싸는 공간적 깊이(spatial depth)로 형성된다. 이러한 융합적 속성은 때론 소프트하고 때론 딱딱한 느낌이지만, 응축되어 하나를 이루고 있다. 때론 달콤하지만 또 다른 뒷맛을 만들며, 녹아내려 없어지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 이 아이스크림 ‘공장’은 추상적 형상과 근원적이며 중성적 장소로 표현하였지만, 이번 전시 역시 어떠한 표현적 은유나 상징적 되새김은 없다. 있다면 시선과 궤적에 대한 메타포(metaphor)만이 존재합니다.

4. 이 작품과 동시에 선생님의 디자인으로 제작된 공동 작품 ‘Maze - go -round’의 탄생 배경과 이 작품이 의미하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 공동작업이 아주 단순한 접근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작품의 제목이 회전목마(merry-go-round)에서 유추되었듯이 건축가로서 아이들에게 조그만 기하적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로비공간 안에서의 거대 오브제로서 작동하는 동시에 또한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기도 합니다. 28cm x 28cm 격자모듈의 박스 1000개가 모여, 길이 6m 높이 1.7m 의 구조적이면 동시에 형태적인 오브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 기하학적 형태는 하나의 원 에서 시작되어 중심(center) 과 주변(arc)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파편화된 피자모양- 피자박스를 사용했다는 점-을 수직적으로 확장하고 그 안에 간단한 미로(maze)를 설치하였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한 부분에서 전체로 확장 된 개념적 놀이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자 박스 라는 기능 (function) - 피자 모양이라는 형태 (form) ? 사용자(user), 참가자인 어린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시점, 안과 밖, 스케일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경험시켜 주고자 했으며, 동시에 전시기간 동안 계속 만들어질 어린이들의 캔버스이면 동시에 전시 벽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5. 건축을 전공하시고 건축가로 명성을 쌓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순수 예술과 협업하는 전시를 하시며 외도하시는 이유는?
저는 항시 ‘건축은 건축이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흔히 건축을 종합예술이라고 이야기하는 점이 건축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고유한 가치를 재현하는데 방해되거나,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디자인이나 설치작업에 있어서 입장을 구별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개념과 도구(tool)를 사용하여 재현(representation) 점에서 둘 사이의 경계는 없다고 봅니다.

6. 창작을 하는 대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질문인데 김영재 소장님은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가 들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 극복하시는지?
술 마시고 넋두리합니다. 저도 모를 얘기를 지인들이랑 하다 보면 다시 생각이 정리되면서 무언가 새롭게 정리가 되더군요. 주관의 객관화라고 할까요 아니면 셀프정화 (Self-refreshing) 시스템 이라고나 할까요…

7. 마지막으로 김영재 건축가의 삶의 철학이나 꼭 이루고 싶은 다음 단계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기존 전시에서 일관성 있게 지키려고 한 태도(attitude)는 가장 저렴하고 소량의 재료만을 사용하여 공간 속에 설정(set-up)된 기하를 통한 양적인 효과(effects)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과   또한 이런 공간적 설정은 항시 주어진 전시 공간이 가지고 있는 정보(topographical information)에서 유추되어야 하는 부분이 반드시 전시 후에는 폐기되어져야 한다는 일회성이 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다음 전시는 ‘flying whale’이라는 제목으로 시각적 관계성만이 아닌 viewer가 참여하여 그 변위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는 ‘affordance’ 개념을 사용한 전시를 구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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