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20, 2012

자연미술 자연과 함께 만드는 랜드아트, 건축 그 바깥에서,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의





『자연미술, 자연과 함께 만드는 랜드아트』안드레아스 귀틀러, 카트린 라허 저 | 강성희, 도복선 역 | 피피엔

“일상을 잊고 빠져들거나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정신이 함께 커 가는 게 바로 자연미술이다. …… 자연미술은 자연에 대한 경험과 탐색과 모험이 어우러지면서 그 모든 것이 녹아들어 다채롭기 그지없는 예술이다. …… 그렇지만 이 예술 작품들을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자연미술은 아무리 찬찬히 꼽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합쳐 놓은 것 이상이다. 합보다 더 큰 그 무엇을 체험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머리말, 자연미술에 대하여’ 중에서)”
“자연미술은 환경 교육을 위한 창의적인 방법이고 또 유치원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전인적인 인성개발을 총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접근 방법이다. …… 자연 속에서 인공 재료 없이, 그리고 오래도록 남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자연미술 작품을 만드는 체험은 워낙 강렬하다. 그래서 그저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표피적인 소비 사회에 대한 기분 좋은 대조를 만들어 준다. (‘자연미술의 환경교육적 가치’ 중에서)”

『자연미술, 자연과 함께 만드는 랜드아트』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자연에 참여하여 예술가가 되게 한다. 생각하며 느끼며 놀며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가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나이와 상황에 알맞도록 놀이와 창작활동을 세분하였다. 자연미술에 대한 상세한 이론과 함께 바로 실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개별적으로 작품에 몰두하기도 하지만, 여럿이 협동하여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팀웍을 다지기도 한다. 자연은 인간의 작품활동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자연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 참여하며 만드는 작품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임을 알게 하고, 인간을 자연의 신비에 빠져들게 한다.
생태주의와 자연미술이 주목받고 있는 요즘, 느린 미학을 가지고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예술활동을 수록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예술가가 되게 하는 방법을 담았다. 생각하며 느끼며 놀며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가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개인별·상황별에 맞추어 놀이와 창작활동을 세분화하였다. 또한, 자연미술에 대한 상세한 이론과 실습을 가능하게 구성하였다. 개별적으로는 작품에 몰두하고, 여럿이 협동할 때는 과정을 통해서 팀워크를 다지도록 하였다.








『건축, 그 바깥에서: 잠재 공간과 현실 공간에 대한 에세이』 엘리자베스 그로스 저 | 탈경계인문학연구단 공간팀 역 | 그린비

“철학과 건축이 서로 생산적인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관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자신을 확인받고 외부의 승인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에 비해 자신의 우월성이나 우선성을 가정하지 않고, 또 서로 간의 관계가 직접적인 효용이나 번역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가정하지 않으면서도 다르게 되기를 통해 서로 상대방에 이용될 수 있을까? 단 하나의 매우 가는 가닥이 이 두 전문 분야를 묶어 준다. 그것은 새로움 또는 잠재성, 잠복성(latency) 또는 되기라는 생각이다. 이는 서로 간의 도움과 겹침과 차이로부터 두 전문 분야 모두 안에서 주목을 받고 생산적으로 발전한 생각이다. 이 잠재적인 것이란 생각은 건축과 철학 둘 다에 대해 (결과는 다르지만) 그 둘이 공간과 시간과 운동과 미래성과 되기에 관해 세웠던 매우 근본적인 가정들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일련의 질문들을 불러일으킨다.(150~151쪽)”

『건축, 그 바깥에서』는 물리적으로 우리가 발을 디딜 수 있는 건축물만을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상상력이 닿는 곳, 현실에는 없지만 있고자 하는 곳까지 공간으로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이버공간이다. ‘가상’의 공간이면서도 현대인의 삶에 강력하고도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사이버공간은 (역설적이게도) 현실 세계의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공간을 육체성의 한계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공상의 실현이 가능한 공간, 욕망이 통제되는 현실 세계를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은 성별과 외모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만든 아바타를 자아와 동일시하여 대리만족을 느끼는 한편,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웹상에서의 새로운 정체성에 투영시키기도 한다. 물론 사이버공간이 물질과 육체, 사회와 공동체의 관계를 변형시킨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컴퓨터 기술 애호가들은 사이버공간이 궁극적으로 건축에 있어 비 물질적인 관념을 실현하고 감각과 물질을 강화하거나 증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의 장이자 정보 교환의 네트워크가 되는 사이버공간은 예정된 결과를 학습해 온 관습적인 건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또한 이 책 『건축, 그 바깥에서』는 막연히 공간 혹은 장소로 생각해 왔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간이 아닌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유토피아의 경우가 그러하다. 유토피아는 환상적인 ‘곳’,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이상이 실현되는 ‘곳’, 즉 그러한 ‘공간’ 혹은 ‘장소’로 이해된다. 그러나 『건축, 그 바깥에서』는 유토피아가 공간이나 장소만으로는 충분히 이야기할 수 없는, 그것을 넘어서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토머스 모어 등 ‘고전적인’ 유토피아의 논의들을 검토한 후, 그로스는 “이상적이라는 것은 전혀 위상학적으로 고려될 수 없는 문제이며, 유토피아는 공간성의 논리를 확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 대신에 그녀는 유토피아를 ‘잠재성을 가진 현재’, ‘미래를 가지지 않은 미래’로 평가한다. 즉 유토피아란 현재의 이상이 포함된, 맞이하고자 하는 미래라고 이야기하며, 공간적 차원이 아닌 시간적 차원으로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 중세부터 20세기까지 인테리어의 역사』 베아트리스 퐁타넬 저 | 심영아 역 | 이봄


“매달 인테리어를 메인 테마로 다루는 잡지를 만들고, 그 안을 채우는 휘황한 조명과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가구들의 합주를 들으면서도 꺼지지 않는 물음표는 하나다. 오늘날, 집이라는 공간의 양식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인간의 생명력이 꿈틀대던 공간, 집. 집의 변천사는 곧 인류의 역사를 응축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일과 유행에 취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집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그 뿌리를 찾아가는 동안 집이 주는 위로에 기댔던 내 과거의 초상과 조우했다.(노은아, <메종 KOREA〉 편집장)”

이 책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에 소개된 그림은 모두 잘 알려진 명화들이다. 그런데, 지은이가 불러낸 그림 속 여성들과 물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어느새 밤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난방이 형편없었던 중세 시대, 찬 기운이 가득한 방 안에서 막 일어난 부인에게 빨간 양말을 건네는 남편의 모습이 그려진 채색삽화를 보면 그 시대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진다.(12쪽 그림) 전혀 흥미롭지 않았던 중세시대 채색삽화가 사랑스럽다. 또 랭부르 형제의 그 유명한 호화로운 기도서의 2월 그림(36쪽 그림)에는 추운 겨울 속옷을 입지 않은 중세인이 등장한다. 당시의 어느 한 순간이 어제 일인 듯 생생하게 전해진다. 100와트 조명등 아래 삶이 당연한 우리는 가끔, 분위기를 위해서 초를 켠다. 하지만 초는 전기가 발명되기 이전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조명기구였다. 바로크 시대 미술이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묘사는 당시 조명기구가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하는 '초'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옥수수를 찌면서도, 바느질을 하면서도, 물을 끓이면서도, 샤워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살림살이가 겪어온 이야기를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될 것이다.

명화는 당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언자이다. 이에 지은이는 네덜란드 풍경화에서 수도관의 모양새를 읽어내고, 여인들이 마당에서 일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19세기 프티 브르주아의 거실 풍경을 묘사한 그림에서, 벽난로 위에 장식된 그림의 종류와 살림살이들을 살핀다. 그렇다고 해서, 그림이 역사적 고증물로서만 소개되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의 미덕은 그림을 새롭게 감상하게 하는 데에도 있다. 그림마다 친절하게 붙어 있는 캡션에는 화가의 개인사와 그림에 대한 감상이 함께 적혀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던 명화는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명화가 배워야 할 교양의 대상이고, 화가 개인의 창조성이 반영된 작품으로만 읽어왔다면, 이제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평범한 의문을 던져도 좋을 것이다. “이 그림 속 여자는 왜 이런 포즈로 앉아 있는 걸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도 던지지 않았던 당연한 질문에는 언제나 역사적인 진실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누구든 명화에, 질문을 던져도 된다. 명화 감상은 그 질문에서도 시작된다.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의 2: 통일신라ㆍ고려』 유홍준 저 | 눌와


『한국미술사 강의 제2권 통일신라·고려』는 제1권 선사·삼국·발해에 이어 13장부터 시작한다. 통일신라의 미술은 13장 〈통일신라의 건축과 왕릉〉을 시작으로 석탑·석등·당간·승탑 등의 석조미술과 불상, 그리고 사리장엄구와 범종 등 총 일곱 주제로 묶어 설명했으며, 고려의 미술은 20장 〈고려 역사의 이미지와 건축〉을 시작으로 석조미술, 불상, 고려청자, 금속공예와 나전칠기, 고려불화 등 총 아홉 주제로 대별했다. 기존 미술사에서는 잘 다루지 않은 글씨와 사경, 고려대장경 등도 꼼꼼히 다루었다. 미술사는 주어진 유물에 입각해서 서술하는 것이 원칙이나, 전란으로 사라진 사정을 생략해버리면 마치 그런 문화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가볍게 지나칠 수 있다. 그래서 통일신라와 고려의 건축과 회화 등은 현재 남아 있는 유물만으로는 서술에 한계가 있어 문헌 기록을 예로 많이 들어 설명했다. 한국미술사 강의 제1권이 고고학이나 고인류학에 대한 서술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면, 제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한국미술이 전개된다. 한국미술의 정수를 이루는 통일신라와 고려의 유물들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두 번째 책은 한국미술의 꽃을 보는 듯하다.

미술사는 미술작품 자체에 대한 설명이 기본이지만, 관련된 역사, 일화 등의 배경지식을 곁들임으로써 작품의 성격이 더욱 확연해지고 한국미술의 이해가 깊어질 수 있다. 통일신라의 미술을 설명하기에 앞서 ‘통일신라’라는 명칭의 타당성에 대해 논하고,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증언한 ‘중대신라’와 ‘하대신라’ 시대 구분을 적극 수용하였다. 통일신라의 미술은 8세기 경주 귀족 중심의 중대신라와 9세기 지방호족 중심의 하대신라로 확연히 구분된다.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시대는 거란, 여진, 몽골, 홍건적의 침입을 받은 전란만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다. 통일신라에 비해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고, 원 간섭기의 역사를 굴욕적으로만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고려대장경, 금속활자, 상감청자, 나전칠기, 금속공예, 고려불화 등 고려시대의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미술품들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모순된 시각을 극복하기 위하여 20장 〈고려 역사의 이미지〉라는 글을 통해 시대 개관을 하였다.

『한국미술사 강의 제2권』은 최근 발간된 도록들을 찾아 가장 미려한 도판을 찾고, 유물의 특징이 잘 표현된 촬영 사진을 선별하여 실었다. 본문에 언급된 유물은 가능한 한 모두 수록하여 원고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였고, 저자가 생각하는 유물의 중요성과 꼭 알아야 할 특징을 최대한 살리도록 편집하였다. 석탑, 석등, 승탑, 불상, 범종 등 통일신라시대에 하나의 전형을 이룬 유물들의 세부 명칭을 일러스트로 친절하게 설명하며, 통일신라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총체적으로 완성한 석굴암 조각의 생생한 모습을 화보 사진으로 생생히 담았다. 통일신라 불교 공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사리장엄구의 섬세하고 화려한 모습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23·24장의 고려청자와 상감청자 부분은 고려자기의 명품 도록이라고 할 정도로 다채로운 명품을 두루 섭렵했으며, 고려불화는 연구의 연륜이 얼마 되지 않아 기존 도록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귀한 ‘고려불화 도록’을 손에 쥐게 된다. 특히 고려불화의 도상과 무늬, 섬세하고 화려한 필치 등을 상세 사진과 일러스트를 통해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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