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20, 2012

장영숙,Jang Young Sook

▲Wave

▲수영장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천천히 유동하는 세계의 풍경이 다가온다. 자연은 작가에게 영원한 감동의 원천이자 물음이고 신비함의 근원이다. 그것은 보이면서 보이지 않다가 얼핏 드러나 이내 사라지기도 하고 분명 마음으로 가득 느껴지지만 인간의 시측과 언어, 문자의 체계 밖으로 마냥 빠져나간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풍경이란, 외부란 분명 눈에 다가와 호소하기도 하지만 그로부터 순간 사라지고 지워지기를 거듭해 차마 그 자취를 온전히 내 것으로 간직하기 어렵다. 이미지란 그런 기미를 낚아채고 영원히 부동의 것으로 내 눈앞에 현존하고자 하는 욕망이긴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재현의 욕구는 필경 부질없어진다. 그 어느 사이에서 안쓰럽게 위치하는 것이 그림이다.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다. 모든 이미지, 그림은 그래서 ‘겨우’ 존재한다. 그러나 그 이미지를 빌어 사람들은 한 순간의 것을 상상하고 체험하고 떠올린다. 이미지 없이는 그나마 자연에서 받은 감흥과 정서를 유지하기가, 눈의 축복 아래 거느리기가 녹록지 않기에 그렇다. 영감과 상상이 화면위에서 파득거린다. 망막 너머의 것들을 마냥 허용하는 것이 좋은 그림이다. 비로소 그림은 화면을 넘어 산다. 겨우 존재하는 그림!

비가 내리다 그치는가 하면 작은 동심원이 생겼다 지워지기를 반복하고 잔잔한 파문이, 물결이 밀리고 밀려 잦아들기를 거듭한다. 맑고 깨끗한 수면위로 나뭇잎이 비추인다. 하늘이 오롯이 그 물 안에 담겨있다. 정화수가 떠오른다. 옛사람들은 하늘님을 그 그릇 안에 저렇게 모셨다. 풍경이 물위에 떠있다. 물은 세상을 담고 있다. 그래서 물은 완벽한 화면이다. 그래서일까 그림은 그 수면을 동경해왔다. 물처럼 세상을 고요히 비출 수만 있다면 하고 말이다. 나르키소스는 물이란 그 놀랍고 신비한 화면에 매혹당해 소리없이 투항한다. 동양인들은 물에 마음을 비추었다. 잔잔하고 완벽한 평형, 수평을 이루는 물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군자는 물 같은 이다. 또한 옛사람들은 물에서 사유의 핵심을 찾았다. 우주자연의 이치를 증거하고 군자의 도리를 일러주는가 하면 영원과 순환의 패턴을 드러내는가 하면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물은 신비한 존재였을 것이다. 하염없이 물을 바라보고 물을 그리는 일은 적극적인 생의 성찰이자 마음의 수양이요 자연이치를 궁구하는 일이었다. 동양의 그림이 그토록 물을 담았던 이유를 문득 헤아려보게 된다. 장영숙의 그림/판화는 그렇게 거의 물을 그리고 있다. 물과 물에 비친 풍경과 또한 허전하고 스산하게 남겨진 시간의 흔적들이다. 그 어딘가에 더러 사람들이 길을 걷고 무엇인가를 바라본다. 겨우 그려진 선과 그만큼 희미한 색들이 표상하는 이 풍경은 허정(虛靜)하고 쓸쓸하다. 주관적인 감정과 고양된 느낌을 최대한 ‘미니멀’하게 눌려놓은 이 그림은 세상의 껍질을 다 걷어내고 거르고 걸러 마지못해 남은 마지막 이미지다. 그것만으로도 풍경에 대한 작가의 표현은 넉넉하다. 그래서 선적인 풍경처럼 다가오는가 하면 마치 ‘하이쿠’처럼 간결하고 핵심적인 요체가 애잔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흐른다.

화면은 수면이 되고 바닥이 되어 물을 받아낸다. 작대기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받아내고 작은 동심원을 거듭 만들어내는, 수직과 중력의 법칙이 만나 이룬 현상을 담아낸다. 한줄기 폭포가 되어 흐르고, 잔물결이 영원처럼 연이어 밀려들고 낙수소리가 환청처럼 떠돌듯 빗물이 내리자 시각적인 잔상을 남기고 땅에 투항하는 비의 그 수직의 생을 감촉시킨다. 간결하고 적조하며 더없이 심플한 이 그림은 자연에서 받은 감동, 자연현상을 관찰한 눈과 마음의 무늬를 기호화한 것이다. 본질만 남겨진 선과 청아하고 탈속적인 몇 가지 제한된 색채만이 자연을 한정한다. 화면 바탕을 꼼꼼히 덮어나간 미세한 자국들이 미묘한 얼룩을 만들고 중성적이고 무채색조의 색채 층을 형성한다. 까실까실한 붓자국을 조밀하게 섞어 자연의 피부를 촉각적으로 전이시키거나 청각적으로 접하게 하는 편이다. 그렇게 그려진 자연은 실재하는 자연풍경인 동시에 그로부터 추출된 기호화된 자연이다. 남겨진 몇 개의 선과 흐릿한 색상을 단서삼아 자연을 연상하고 상상하게 한다. 그림은 망막에서 존재하는게 아니라 정신적인 활력을 통해 머리와 가슴 속에서 환생한다. 활력적으로 되살아난다. 장영숙의 이 물 그림은 현실적 풍경의 재현도 아니고 주어진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아니며 실재와 분리된 개념과 추상으로 나가지도 않는다. 이 풍경은 반풍경이다. 보여주기 보다는 덜 보여주고 안보여주면서 망막에 겨우 존재하는 가는 선 몇 개를 남겨 그 풍경의 정황을 연상시킨다. 상상케한다. 혹은 우리가 보고 느끼고 접한 그 풍경의 총체적인 정서를 압축해 각인한다.

작가의 그림의 소재는 일상 주변의 풍경들이다. 그것은 흔히 보고 접하는 것이지만 다들 간과하거나 거칠게 들여다보는 것들인데 반해 작가는 그 비근한 풍경을 시적으로, 매력적인 기호와 상징으로 올려놓았다. 마음의 그물에 의해 건져올린 이 풍경은 흡사 동양의 산수화나 사군자를 연상시킨다. 넓은 여백에 단촐하게 자리한, 더 이상 지우고 덜어내 수 없는 한계, 임계선 같은 형상과 선이 어느 한 자리에 조용히 서식한다. 자연을 보는 투명한 눈이, 허정한 마음이 찾아낸 이미지다. 빗소리와 구름이 떠있는 한가한 오후의 바람소리, 짱한 날씨에 나무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직립하고 어디선가 귀를 찢어내는 매미소리가 들릴 듯한 날, 근원을 알 수 없는 저곳에서 이곳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지속해서 밀려드는 하염없는 파도/물결, 이제 막 비가 그친 후 작은 웅덩이나 수면 위에 비친 맑게 게인 하늘과 그 위로 비치는 나뭇잎 등등은 다분히 문학적이며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들이다. 유동하는, 출렁이는 세계의 기미를 평면위에 안착시키는 작가의 마음과 눈의 미동이 섬세하게 감지되는 그런 그림이다. 결국 이 그림들은 오롯이 작가의 인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Nature, just barely

(THE PHILADELPHIA INQUIRER Friday, March 12, 2004)



By Edward J. Sozanski
Inquirer Art Critic

Young-Sook Jang's small intaglio landscapes at the Print Center are so minimal they barely exist, yet they express a deep Thoreauvian appreciation of nature's most mundane particulars.
They are, in a sense, visual haiku - nearly monochromatic images that evoke entire landscapes through a cluster of leaves, a bare tree branch, or a white cloud.
Jang, a South Korean artist, has created her own distinctive version of understated brush-painting. She presents a handful of delicately delineated fragments of nature, then invites viewers to extrapolate.
This turns out to be surprisingly easy to do, even though her prints are spatially flat and her colors subdued.
The prints called Four Seasons summarizes her method eloquently. Each corner of the sheet caries a small motif- a naked branch, a cluster of bright green shoots, a bunch of green leaves, and two russet leaves. The center of the print is blank.
Where people appear in Jang's landscapes, they're merely figures introduced to animate a scene. Nature is always dominant, perhaps because the artist's reduction of it is so poetically acute.






With Nature


By Jacqueline van Rhyn
The Print Center Curator

Based in South Korea, Young-Sook Jang will captivate viewers with her minimalist landscapes created with simple lines and small patches of color. Her intaglio prints capture the true essence of nature: simple and complex, seduction and menace, vulnerability and impenetrability as well as the endless cycle of life and decay. The titles of her prints are equally simple and straightforward: The Plants, Willow Leaves, Crown Daisy, Landscape-Day; Two Minds and Landscape-Four Seasons. A few prints include the human figure but it always remains subordinate to nature. As the title of her exhibition suggests, we should work with nature rather than fight it. Humans will only loose if they choose the latter.

The Print Center Gallery Store has represented Jang's prints since 1999 and has been one of the top selling artists in the store. Her work was first introduced to Philadelphia in 1988 in the group exhibition 14 korean Printmakers at The Print Center. Since 1979, Jang has shown extensively in group and solo exhibitions in Seoul, Pusan and Kwachon South Korea, Tokyo and Kyoto, Japan, Barcelona, Spain, Ljubljana, Yugoslavia, Sao Paulo, Brazil, Shamaliers, France and San Francisco, United States. Jang received her BFA and MFA from Hongik University, Seoul in 1974 and 1977 respectively.





장 영 숙 (1951 ~ )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 개인전 18회 (1979~2012, 서울, 대구, 동경, 필라델피아, 바르셀로나 등)
? 뉴욕AAF 아트페어, Pier 92, 뉴욕(2007,2004)
? 홍콩 크리스티-아시아현대미술, 홍콩 컨벤션 센터, 홍콩(2005)
? 새 천년의 항로: 주요국제전 출품작가들, 1990-99, 국립현대미술관(2000)
? 제 21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비엔날레 빌딩, 상파울루(1991)
?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포스코미술관, 홍익대학교 박물관, 진천군립 생거판화미술관

?현재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두마음
(1951 ~ )


? MFA. Hongik University, BFA. Hongik University, Seoul
? 18Solo Exhibitions (1979~2012, Seoul, Taegu, Tokyo, Philadelphia, Barcelona)
? AAF Contemporary Art Fair, Pier 92, New York(2007,2004)
? Christie's-Asian Contemporary Art, 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2005)
? A Passage for a New Millennium: Korean Artists of Overseas Exhibitions, 1990-99,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wachon(2000)
? 21st International Biennial of Sao Paulo, Biennial Building, Sao Paulo, Brazil(1991)
? Collection-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Taejon Municipal Museum of Art, Posco Art Museum, Hongik University Museum, Jincheon Print Making Museum

? Present : Associate Professor, Hongik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Fine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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